[비즈니스포스트]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 대신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신뢰 회복’과 ‘정부 정책에 발맞춘 성장’이라는 올해 핵심 경영기조를 전달했다.

농협중앙회의 특별감사와 지배구조 쇄신 요구 등으로 농협 조직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이 회장이 정중동 행보를 보이며 대외 메시지보다 내부 결속과 조직 체질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속 내실 다지는 농협금융, 이찬우 정책 연계로 중심 잡는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6일 고양 일산동구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그룹의 핵심 기조를 전달했다. < NH농협금융지주 > 


28일 NH농협금융지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회장이 올해 농협금융의 경영 방향과 기조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린 것은 26일 경기 고양 NH인재원에서 열린 ‘2026 경영전략회의’가 사실상 처음이다.

이 회장은 올해 공식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금융지주 회장으로서는 이례적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장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금융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며 윤리 경영을 통한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동시에 소비자보호 업무 내실화와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중앙회 특별감사에 이어 농협금융까지 감사가 확대되는 등 내외부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부통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금융지주만큼은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 방식과 관련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기조를 단순히 수용하기보다 이를 혁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9일 내놓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언급하며 정책 변화에 연계한 농협금융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책 환경 변화를 능동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사업 발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생산적ᐧ포용금융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이 그룹의 실질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농협금융이 강점을 지닌 정책금융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농협금융은 전국 최대 규모의 금융 거점망과 농업ᐧ농촌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을 바탕으로 정책금융을 현장 단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는 ‘5극3특’ 등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정책과 결합해 정책 효과를 높이는 실질적 시너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극3특은 대한민국을 5개 초광역 경제권과 3개 특별자치도로 재편해 국가 균형성장을 도모하는 정부 전략이다. 농협금융은 전국 농어촌 거점망을 통해 이 같은 균형발전 정책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경제 관료 조직에서 굵직한 이력을 쌓아온 인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에서 미래사회정책국장과 경제정책국장 등을 맡았다.

차관보를 끝으로 관직에서 물러난 뒤 경상남도 경제혁신추진위원장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내다 2025년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기획재정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거시경제 정책 설계와 위기 대응 경험을 축적한 경제 및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이 같은 경력은 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사의 역할과 기회를 동시에 읽어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 특별감사 속 내실 다지는 농협금융, 이찬우 정책 연계로 중심 잡는다

▲ 이 회장은 최우선 과제로 소비자보호 업무 내실화와 내부통제 강화를 제시했다. 


주요 경제정책의 뼈대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와 대응 능력으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정책 기조를 ‘따르는’ 수준을 넘어 전략적으로 해석하고 경영에 접목하자는 메시지를 내세울 수 있는 배경으로도 풀이된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구조적 특성상 중앙회의 지배구조 변수나 논란에 금융지주 경영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농협금융은 범농협의 핵심 수익센터로서 농업ᐧ농촌 지원을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책무도 짊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내부통제 고도화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금융 본연의 경쟁력을 유지해 수익성을 지켜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농협금융이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고 고객·농업인과 동반성장 할 수 있도록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루하루 새롭게 발전)’하자”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