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규제 압박 더 세진다, 넥슨 '탈 가챠' BM 찾기에 온신경 쏟아

▲ 판교 넥슨 본사.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게임산업의 핵심 수익 모델(BM)을 지탱해 온 확률형 아이템을 겨냥한 정치권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규제의 범위와 수위가 동시에 높아지면서 게임사 전반에 걸쳐 사업구조 전환 압박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논란의 출발점이 된 넥슨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가까워졌지만 그 영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다.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116억 원 규모의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 1심 선고는 내년 1월28일로 예정되어 있다. 당초 연내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선고일 전날 오후 늦게 재판부가 선고기일 변경을 통보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변론 종결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데다 선고를 하루 앞두고 기일이 연기된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2024년 1월 확률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넥슨코리아에 116억4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해당 제재 이후 약 2년 만에 나오는 사법적 판단이다. 

넥슨 측은 “법적 의무가 없던 시기의 행위를 소급 적용한 과도한 제재”라며 맞서고 있으며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법적 의무 발생 전의 행위에 대한 법적기준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의 유료 성장 재화인 ‘큐브’의 확률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여러 차례 조정해온 사실이 공정위 조사로 드러난 데서 비롯됐다. 확률형 아이템 도입 이후 사행성 논란은 지속되어 왔지만 업계는 그간 자율 규제와 자정 노력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규제는 급물살을 탔다. 10년 넘게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던 확률 공개 의무화 법안은 2023년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지난해 말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한 게임산업법 개정안까지 가결됐다. 해당 개정안은 확률을 거짓으로 표시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압박 더 세진다, 넥슨 '탈 가챠' BM 찾기에 온신경 쏟아

▲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모습.


규제 강화 흐름은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확률 정보의 허위 표시나 미표시가 적발될 경우 매출액의 최대 3% 또는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행 규제를 “복잡하고 우회적”이라고 지적하며 즉각적인 경제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한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완성형 뽑기) 금지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조합형 확률 상품 자체가 불법화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규제가 촘촘해지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벗어나 BM(비즈니스 모델) 재편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신 게임성 강화, 시즌 패스·배틀 패스, 꾸미기 중심의 비확률형 상품 등 글로벌 표준 BM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여론이 악화된 점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로 넥슨은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낮추거나 구조를 대폭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은 무료 이용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구조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확률형 아이템 논란 이후 침체를 겪었던 메이플스토리 역시 이용자 중심 업데이트를 통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대규모 겨울 업데이트 이후, 21일 더 로그 집계 기준 PC방 점유율 45%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등 과금 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주요 게임사들 역시 최근 신작에서 변화에 나섰다. ‘아이온2’에는 확률 요소를 배제한 커스터마이징 상품을 적용하며 BM 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데다 이용자 여론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그 외 수익 모델을 정착시킬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