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증시 상승세가 뚜렷해지며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이 잇따라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의 기술 규제가 중국의 자급체제 구축을 자극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기술 규제가 현지 업체들의 성장을 자극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중국 증시에도 자연히 투자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8일 투자전문지 배런스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이 중국 증시에서 갈수록 뚜렷해지는 상승 동력에 주목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바이두, 넷이즈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을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관련주 상승세가 지속되며 증시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대형 기술주는 지난 수 년에 걸쳐 약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의 기술 규제에 따른 영향과 중국의 경제 성장 부진에 따른 타격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미국 증시에 반영되었던 것과 유사한 인공지능 열풍 효과가 중국에도 점차 퍼지면서 알리바바 등 주요 상장사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인공지능은 중국 기술주에 ‘게임체인저’가 됐다”며 중국 증시 판도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동안 중국 증시에 투자자들의 막연한 희망과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성장 단계에 진입하면서 강세장이 2027년 말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중국에 미친 악영향은 생각보다 적었다며 인플레이션 안정화와 소비심리 회복 등이 증시 상승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5개년 계획도 투자심리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이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뼈대로 한다.
중국은 미국의 강도 높은 첨단기술 규제에 반발해 자국 기업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기술 역량을 키워 완전한 자급체제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에 수혜를 보는 대표 기업들이 빠른 기술 발전과 성장성을 주목받으면서 가파른 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사례가 이어졌다.
▲ 중국 인공지능 딥시크 로고 참고용 이미지. <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더 나아가 중국 증시가 이제는 투자자들에 ‘거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투자 자문사 로레사어드바이저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기고문을 내고 “중국을 바라보는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관점에는 낙관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2021년 이후 중국 시장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 관련 지식을 쌓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경제 성장 둔화에 머물도록 해 증시 저평가를 이끈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이제는 중국의 기술 잠재력을 뒤늦게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낙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투자자들이 미국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레사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최근 JP모간이 주도한 신흥시장거래협회(EMTA) 연례 회의에서도 투자자들은 중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전과 비교해 크게 변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증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아직 중국의 경제 상황이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간스탠리는 내년 중국 주요 상장사의 이익 증가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증권사들의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갈수록 수출에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멕시코가 중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 관세 인상을 예고한 사례가 앞으로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레사어드바이저스는 결국 “올해 중국 증시의 폭발적 상승은 투자자들의 비관적 태도가 큰 비용을 치르도록 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근본적 경제 펀더멘털과 관련한 리스크를 투자자들이 더욱 면밀히 평가하고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