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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충남지사가 6일 도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한 뒤 셀카를 함께 찍고 있다. <뉴시스> |
안희정 충남지사가 뜻밖의 ‘흥행카드’로 떠오르자 더불어민주당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안 지사의 ‘우클릭’ 행보가 민주당이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신의 한수’가 되고 있지만 전통적 야권 지지층의 반발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지사가 대선출마를 본격 선언한 뒤 내놓은 발언들은 오히려 보수후보에 가깝다.
대표적인 것을 꼽아보자면 “한.미 국가간에 합의한 사드 배치는 되돌릴 수 없다”“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영장기각을 두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무조건 구속하는 것이 사법정의는 아니다” 등이 있다.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사드배치 문제를 차기정부에서 논의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안 지사와 지지율 2위 다툼을 벌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과 재벌해체 및 총수 구속 등을 주장하고 있어 안 지사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민주당의 대선후보인데도 현안을 두고 안 지사는 경쟁자들과 비교해 확실히 ‘색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안 지사의 최근 행보는 정치노선으로 분류하자면 민주당의 전통노선과 결이 다른 ‘실용주의 중도노선’에 가까워 보인다.
주목되는 부분은 안 지사의 주장이 야권보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범여권에서 호응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안 지사가 ‘대연정 카드’를 제안한 이후 범여권에서 안 지사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많은 대연정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조기 대선국면에서 아젠다를 던지고 이를 이슈화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안 지사의 부상은 민주당 경선에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 지사의 중도보수층 공략이 ‘문재인 대세론’ 속에 자칫 김이 빠질 우려가 있었던 당내 경선에 흥행요인으로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면 등록해 안희정에게 표를 주겠다고 얘기하는 보수층 인사까지 나올 정도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안 지사를 지원하는 듯한 발언을 최근 지속하는 것도 경선흥행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 원내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안 지사의 상승세가 무섭기 때문에 만약 지지율 20%를 돌파하면 (결과는)모른다”며“결선투표까지 끌고 가면 해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은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들의 이탈 가능성이다. 실제 대연정 발언 이후 민주당 내에서 안 지사 지지를 접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 지사가 ‘본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예선’인 당내 경선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경선이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러지긴 하지만 당내 조직력에서 앞선 문재인 전 대표가 아무래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 현재로서는 안 지사의 ‘선전’이 불리할 것이 없는 만큼 이렇다할 견제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 지사의 행보가 ‘미풍’이 아닌 ‘태풍’으로 변할 조짐이 나타나면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지사는 8일 보수단체에서 안보강연을 한 데 이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대한노인회중앙회를 방문해 '우클릭 행보'를 이어갔다.
안 지사는 중앙회 관계자들을 만나 "어르신들, 아버님과 어머님 세대를 볼 때마다 저희들의 의무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며 "(어르신들은) 보릿고개와 산업화 등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리나라를 오늘의 선진국으로 만든 시대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