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불투명한 한전 망 이용료가 PPA 확산 막아, 산정방식 공개해야"

▲ 기후솔루션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전력 망 이용료와 전력구매계약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기후솔루션 보고서 '깜깜이 망 이용요금, 재생에너지 PPA 확대의 걸림돌' 표지. <기후솔루션>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기업들이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원인이 한국전력의 불투명한 망 이용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2일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직접PPA 망 이용요금 인식 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분석을 담은 보고서 '깜깜이 망 이용요금, 재생에너지 PPA 확대의 걸림돌'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RE100협의체 유관 기업 585곳을 대상으로 올해 8월29일부터 9월18일까지 실무 담당자 585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조사 대상 기업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이번 조사 결과 대기업과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재생에너지 조달을 기후대응이 아닌 국내 산업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조달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서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지속가능경영목표 달성(54.7%), RE100 이행 필요(35.9%), 고객사·협력사 요구(33.5%) 등을 주요하게 꼽았다.

기후솔루션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재생에너지 조달이 더 이상 기업의 자율적인 기후 대응 차원이 아니라 공급망 거래 유지와 국제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필수 조건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업계의 재생에너지 도입 의지가 높음에도 제도 설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을 조사한 결과 직접PPA가 36.2%를 차지해 가장 높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PPA를 선호하는 기업들에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들을 묻자 '높은 PPA 비용'이 67.7%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망 이용 요금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이 45.2%, 망 이용요금 중북부과가 41.9%였다.

기후솔루션은 이를 두고 "PPA가 비용 부담이 높을 뿐만 아니라 망 이용료 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고 중복부과 여부도 불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력사용량이 높은 기업일수록 현재 전력 조달 체계에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전력사용량 500MWh 미만 기업은 망 이용요금 산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중은 22.8%에 그쳤다. 하지만 1만 MWh 이상 기업들은 41.6%에 달했다.

불만족 사유로는 높은 비용이 68.2%로 가장 높았고 부가비용의 불투명성(50%)이 그 뒤를 이었다.

사보이 브룩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 연구원은 "현재 기업들은 요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요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제들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PPA 최대 장애물인 망 이용료 불투명성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