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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4세 경영인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사업 추진에 민간외교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경영능력 입증에 힘쓰고 있다.
▲ 오너 4세 경영인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사업 추진에 민간외교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경영능력 입증에 힘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0일 재계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이규호 부회장이 올해 대외활동 비중을 높이면서 코오롱그룹 승계 시계도 한층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2023년 연말 인사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사업 재편을 비롯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8월 이 부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적자를 내던 필름사업을 분리해 SK마이크로웍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7월에는 코오롱글로텍이 인수한 코오롱데크컴퍼지트와 자동차 부품 사업, 코오롱ENP의 단방향(UD) 테이프 사업 등을 통합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올해는 부회장 승진 이후 처음으로 세계적 경제 행사에 나서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회의(APEC CEO 서밋)’에서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 자격으로 활동했던 점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ABAC는 APEC 정상들에게 민간기업의 의견을 전달할 목적에서 마련된 자문기구로 ABAC 한국위원은 외교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ABAC 위원에 임명돼 △무역과 투자 △지속가능성 △AI 및 디지털 혁신 △헬스케어 △금융 등과 관련된 41개 실천 전략 마련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10월31일에는 APEC 정상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권고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ABAC 위원들과 이 부회장의 경제외교활동을 높게 평가하며 환담했다.
이번 APEC 활동이 호평 속에 마무리되며 이 부회장의 첫 대외 활동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 부회장은 APEC을 계기로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사업 기회 발굴에 나서며 그룹의 성장 동력 확대와 위상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이번 APEC 활동이 호평 속에 마무리되며 이규호 부회장의 첫 대외 활동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10월27일 부산에서 개최된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제4차 회의에서 환영사를 하는 모습.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은 APEC CEO 서밋 기간동안 수소 관련 행사에 참여해 현대차 등 글로벌 수소 경제 선도기업 대표들과 사업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패션부문은 국내외 주요 패션 및 유통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사업 연계 방안을 모색했다.
이외에도 코오롱티슈진은 대표적 헬스케어 기업과 만났으며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국내외 주요 우주·항공·방산 기업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기술협력 및 산업 사이 연계 강화 방안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민간 외교 차원을 넘어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은 개발과 시공을 넘어 풍력발전 운영능력까지 갖춘 종합 에너지사업자로 도약을 추진한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풍력발전 프로젝트 7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6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착공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다. 추가적으로 400MW(메가와트) 규모의 완도 해상풍력을 포함해 신규 프로젝트 20개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4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인보사의 미국 개발명)’ 연구개발 결과를 발표하며 미국 내 임상 장기 추적 기간 동안 TG-C와 관련된 종양 발생 사례가 없었고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을 대체하거나 수술 시기를 늦추는 효과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민간외교부터 신사업까지 이 부회장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오롱그룹의 실적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 코오롱은 연결기준으로 2021년 매출 5조4104억 원, 영업이익 3322억 원을 기록한 뒤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에는 영업손실 896억 원을 낼 정도로 계열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다.
다만 올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5년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매출 4조3537억 원, 영업이익 1493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배 넘게 늘었다.
실적 회복이 중요한 이유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음에도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현재 지분율이 0%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아야 한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주식은 1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이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그룹의 위상을 높인데 이어 실적 회복까지 이끈다면 경영 승계 시계가 빨라질 공산이 크다는 시각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