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베트남)=비즈니스포스트] “베트남 시장을 동남아 진출 거점으로 설정하고, 단기 수익보다 고객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한 중장기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신현재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 법인장은 베트남 자본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은 2010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5년 6월말 기준 베트남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 13위를 기록하고 있고, 주식중개 시장점유율 역시 올해 3분기 기준 10위에 오르며 현지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주식시장 시장점유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유이하다.

신 법인장은 “한국투자증권 본사의 인적·물적 지원 아래 2030년까지 베트남 자본시장의 최고수준(Top-Tier) 증권사가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신 법인장은 높은 현지 이해도와 많은 해외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약 4년 동안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홍콩법인과 본사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영업을 거쳐 2024년 베트남법인 기관영업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올해 1월부터는 법인장으로 취임해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을 이끌고 있다.

신 법인장은 자신과 베트남의 깊은 인연을 언급했다.

신 법인장은 “2008년부터 한투증권 베트남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2010년 베트남 현지 증권사였던 EPS증권을 인수했고, 그때 출범한 법인이 지금의 한투증권 베트남법인”이라며 “15년 전 베트남에 처음 와서 초석을 닦았던 법인에 다시 오게 돼 올해부터 법인을 총괄하게 된 걸 보면, 전생에 베트남과 큰 인연을 쌓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 증권사들이 베트남 자본시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로 베트남의 높은 시장 성장성을 꼽았다.

신 법인장은 “한국 증권사들의 베트남 진출은 고성장 신흥시장 선점, 제도 개선에 따른 기회 포착, 한국 기업과의 시너지 창출, 수익원 다변화라는 목적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베트남은 연평균 6~7% 수준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세대 중심의 인구구조 등 중장기적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정부는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거래 시스템 업그레이드, 파이낸셜타임스익스체인지(FTSE)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시장 등급 상향 등을 추진하고 있어 글로벌 자금의 베트남 유입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지 증권사와의 경쟁과 부족한 시장 인프라 등은 우려 요인으로 지목됐다.

신 법인장은 “베트남은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주요 아세안 국가와 비교해 시장 인프라, 외국인 투자 접근성, 채권 시장 규모 면에서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외국인 투자 한도 존재 및 시장 유동성·제도의 투명성 부족 등 리스크(위험) 요인과, 현지 증권사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예전에 근무했던 홍콩과 비교 하면 증권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범위와 자율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며 “자본의 유출입에도 허가나 승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베트남 투자자들에게 해외투자가 허용되지 않는 등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시장의 폐쇄성 때문일까. 베트남인들은 주식보다 가상화폐 투자에 관심을 기울인다.

신 법인장은 “베트남인들의 암호화폐(가상자산) 투자가 주식시장 투자금액을 능가한다는 시장조사 결과가 있다”며 “아직 베트남 내에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공식 거래소가 없긴 하지만, 글로벌거래소인 바이낸스나 바이빗 등에서 엄청난 양의 암호화폐를 거래·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하는 비결을 묻자, 국내 증권사들이 가진 선진 자본시장 경험과 조직 문화가 무기라고 답했다.

신 법인장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현지 증권사보다 선진 자본시장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현지에 진출한 일본이나 대만계 증권사보다는 더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국내 증권사들은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바일앱이나 웹트레이딩시스템(WTS) 등에 선제적 투자를 해 좀 더 앞선 디지털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 만의 차별화 전략도 청해 들었다.

신 법인장은 “한투증권 베트남법인은 베트남 투자자 성향과 금융환경에 맞춘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에 선제적 투자를 하며 디지털 플랫폼 고도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의 금융 노하우를 접목해 커버드워런트(CW), 상장지수펀드(ETF), 기업금융(IB) 부문을 브로커리지 부문과 더불어 균형감 있게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과 베트남 간 자본시장 협력 확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법인장은 “호치민거래소에 한국거래소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베트남 정부가 한국의 금융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최근 금융당국 간 협의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인가 절차 등이 한 층 더 수월해지고, 행정 소통도 원활해지고 있는 등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확장과 현지화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신 법인장은 끝으로 베트남과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신 법인장은 “베트남 인구 1억1천만 명 가운데 증권계좌를 갖고 있는 인구는 10% 수준인 1천1백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베트남이 FTSE 기준 이머징 마켓으로 편입되고,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는 한 베트남 자본시장도 중장기적으로 성장해 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베트남의 미래가 궁금하시거나 투자 조언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한국투자증권 베트남법인을 찾아 달라”고 덧붙였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