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 모두 해킹에 번호이동 위축 전망, '보안 신뢰' 경쟁 불붙는다

▲ 이동통신 3사 모두 해킹 사고에 노출되며 통신 업계 전반의 보안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안 경쟁력 강화가 통신사 사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과 KT에 이어 LG유플러스까지 해킹 정황을 당국에 신고하면서 이동통신 3사 모두가 보안 허점을 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이은 해킹 사고로 이번 사태가 특정 사업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통 신업계 전반의 구조적 보안 취약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보안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보안 경쟁력이 향후 가입자 점유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에서 시작된 해킹 사고 이후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침해 정황이 보고되면서 통신 3사 모두 유사한 수준의 보안 리스크를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정황과 관련한 신고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실제 침해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식으로 해킹 정황을 당국에 보고하라는 요구를 받은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KT에 대한 정부당국의 해킹 관련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이번 신고로 LG유플러스에 대한 정부 조사도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통신 3사 전체로 해킹 관련 해킹 사고 이슈가 확산되는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통신사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번호이동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이 통신사 간 보안 수준에 뚜렷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면서 번호이동의 유인 동기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서 올해 4월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한 이후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KT와 LG유플러스로 가입자 이탈이 이어졌다.

5월 번호이동 건수는 93만3509명으로, 해킹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3월 52만5937명보다 약 77% 증가하며 급증세를 보였다.

6월에는 66만6618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SK텔레콤이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정책을 본격 시행한 7월에는 다시 95만6863명을 급증했다. 

그러나 이후 KT에서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서 통신 3사의 보안 수준이 비슷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이로 인해 의미 있는 가입자 이동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이 불거진 9월 번호이동 건수는 8월 64만4618만 명보다 743명 줄어든 64만3875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번호이동이 정체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사건으로 통신 3사 모두 보안 신뢰도가 저하돼 특정 사업자로의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향후 통신사를 선택할 때 보안 수준을 주요한 판단 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요금제나 통신 품질이 통신사 사이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보안 정책이 통신 브랜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란 것이다.

앞서 SK텔레콤 해킹 사고 이후 통신 3사는 경쟁적으로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 경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3사 모두 해킹에 번호이동 위축 전망, '보안 신뢰' 경쟁 불붙는다

▲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통신3사 대표들이 일어서서 위원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김영섭 KT 사장. <연합뉴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21일 이동통신 3사 사장이 모두 증인으로 출석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KT를 향해 SK텔레콤처럼 해킹 사태에 적극 대응하라고 질타했다. 

이에 SK텔레콤이 다른 통신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해킹 대응 조치와 보안 대책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도 나왔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정감사 때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에 이어서 통신요금 50% 할인, 매월 50기가 데이터 추가 제공, 제휴사 50% 할인 제공, 국내 정보보호 강화, 민간기금 지원 대책도 발표했죠?”라며 “SK텔레콤이 잘했다고는 못하겠습니다마는 최소한 양심은 지켰다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 자리에서 특정 통신사를 지목해 다른 회사처럼 하라고 말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SK텔레콤이 보안 대응의 기준점으로 부각되면서 KT와 LG유플러스에는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