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인이 없어서 그렇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지배구조를 들여다보겠다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답변이 끝난 뒤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금융지주 누구도 안심 못한다, 회장 선임 과정에 또 드리우는 '관치 그림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인이 없어 금융지주가 회장을 선임할 때마다 셀프연임 등 공정성과 투명성 이슈가 불거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주인이 없는 만큼 셀프연임만큼이나 정부 등 외부입김이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BNK금융지주의 회장 선임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관치금융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금융지주의 회장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회장 선임 과정에 외부 입김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어김없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일곤 했다.

국내 주요 8개 은행계 금융지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BNK금융 등 3곳의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현재 신한금융과 BNK금융은 다음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우리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전날 국회 정무위의 금감원 국감 도마 위에 오른 곳은 BNK금융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NK금융 회장 선임 과정이 절차의 정당성 없이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월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차기 회장 후보군 접수를 시작했는데 10월16일 접수를 마감해 추석연휴 12일을 빼면 영업일 기준 실제 후보등록 가능 기간이 4일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찬진 원장은 “절차적으로는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여서 챙겨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형식적 절차의 적법성은 있을지 모르겠는데 문제 소지가 있으면 수시검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지주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해 일종의 참호를 구축하는 분들이 좀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오너가 있는 상장법인과 별 다른 게 없고, 금융의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고 필요시에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주회장의 이사회 참호 구축론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을 경계하며 이사회 참호 구축을 경고했다.

이를 막기 위해 2023년 말 금감원 주도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모범관행(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2023년 퇴임을 앞두고 진행한 CEO 기자간담회에서 참호 구축 질의가 나오자 "포병 출신이기 때문에 참호가 익숙하지가 않다"며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체계를 갖춰 참호 구축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금융지주 누구도 안심 못한다, 회장 선임 과정에 또 드리우는 '관치 그림자'

▲ 금감원은 2023년 12월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등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관한 30개 핵심원칙을 담은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


다만 이찬진 원장이 직접 회장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들여다보겠다고 한 만큼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내년 3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BNK금융에 이어 11월에는 KB금융 양종희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금융업계에서는 모범관행에 맞춰서 회장 선임을 진행하는데도 금융당국이 회장 인선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2023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획일화 또는 통일화를 하려는 유혹이 있는데 각 회사가 처한 상황, 업종의 특성, 문화적 차이 때문에 획일적 방법은 쉽지 않다”며 “각자의 체질에 맞는 방법을 개발하고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