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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지지율을 보면 문 전 대표가 크게 앞서고 이 시장이 뒤쫓는 형국이지만 경제이슈 선점을 위한 정책 대결만큼은 양쪽 모두 한치의 양보가 없다.
문 전 대표는 기존 민주당의 경제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다분히 중도확장 전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 시장은 이번 대선국면에서 가장 '급진적인' 정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룰이 확정되면서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제정책에도 차이가 적지 않아 누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을지 주목된다.
◆ 문재인 '온건한' 베팅, 법인세 인상에도 부정적
문 전 대표는 현재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여야를 망라한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3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2위권과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렸다.
문 전 대표는 10일 재벌개혁방안 등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권 대표주자 치고는 다소 온건하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서 여권 후보보다 보수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격적인 정책 제시보다 ‘수성’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 측면에서 지나치게 왼쪽으로 간 것과 균형을 맞춰 중도층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재벌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4대 재벌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책은 현재 국회에서 입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당내에서 논의하던 수준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정책은 없었다.
대표적인 재벌 지배구조 개혁방안인 집중·전자투표제와 대표소송제·노동이사제는 지난해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법안으로 일찌감치 당론 발의된 상법 개정안에 들어 있다. 지주회사 요건 강화 역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담겼다.
문 전 대표의 구상에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상향, 아동·청년수당 도입 등의 복지 확대 법안도 들어있다. 하지만 이들도 야당 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법안으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기업의 준조세를 금지하는 방안 정도가 아직 발의되지 않은 것이지만 준조세 금지법은 여권에서도 추진하고 있어 차별성이 비교적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문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해온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문 전 대표는 고소득자 증세에 찬성하면서도 기업부담을 줄 수 있는 법인세는 증세에서 최후의 보루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대신 “조세감면 혜택을 줄여 대기업 실효세율을 올리는 것이 먼저”라며 “이래도 추가 세수확대가 불가피하면 법인세 명목세율을 올릴 수 있지만 이것도 대기업에 한해 올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율 1위답게 문 전 대표를 향한 공세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거의 모든 후보가 문 전 대표를 저격하는 발언을 날마다 쏟아내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등은 작심하고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일찌감치 경제정책을 발표했다는 것도 후발주자들의 표적이 된 이유로 꼽힌다. 반 전 총장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이 시장은 재벌개혁 의지, 안 전 대표는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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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왼쪽)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
◆ 이재명 과감한 ‘레이스’, 기본소득 공약 내걸어
이 시장은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리면서 사실상 당내 대선후보 지지율 2위 자리를 굳혔다. 이 배경에 이 시장의 '과감한' 발언과 '선명한' 정책이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장은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야권의 어느 후보보다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소득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소득불균형을 완화하고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제도는 29세 이하 청년과 65세 이상 노인, 농어민과 장애인 등 2800명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분기본소득과 전 국민에게 토지배당 형태로 조건없이 30만 원을 지급하는 완전기본소득으로 구성된다.
부분기본소득의 경우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주장했고 전세계적으로 실험도 활발한 편이라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연금도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시 일종의 부분기본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기본소득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알래스카 석유배당이 유일하게 완전 기본소득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 석유배당은 알래스카의 풍부한 석유자원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급진적인 제도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은 43조 원의 막대한 재원을 역시 파격적인 방식으로 조달하려고 한다. 정부 예산 구조조정으로 28조 원을 마련하고,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15조 원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국토보유세를 내도 95%의 국민은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에 대해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2일 “국민은 공짜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혜정치와 포퓰리즘은 청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이에 “복지 확대는 국가의 의무고 국민의 권리”라며 “국민에게 배분하는 건 나눠주는게 아니라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여기에 이 시장의 법인세 인상안의 수위도 대선주자 중에서 가장 높다. 현재 22%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인 25% 수준으로 돌리자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 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30%까지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영업이익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30%는 IMF 이전인 김영삼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 2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 안희정, 경제민주화 정책에 신중 모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민주당 내 대선후보 3강 중 한명으로 여론에서 ‘다크호스’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안 지사는 경제정책에서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큰 틀에서 재벌개혁에는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무리한 정책 혹은 진부한 정책을 내놓다가 자칫 지지율을 잃는 것보다 한 발 물러서 관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
안 지사는 2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경제 정책과 관련해 “특별히 청사진을 내놓지 않겠다”며 “지난 6명의 대통령이 펼친 정책을 이어가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지난 30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산업정책은 이름만 다르고 다 똑같다”며 “그것을 계승하고 버전업시키는 것이 나의 경제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노태우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김영삼 대통령의 세계화전략과 금융실명제, 김대중 대통령의 IMF 극복과 정보기술산업 육성, 노무현 대통령의 혁신경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의 장점만 취할 것으로 여겨진다.
안 지사가 야권 정치인들과 달리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수용하는 태도를 나타낸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의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6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적극적인 경제어젠다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박 시장은 복지정책으로 생애주기별 기본소득 도입, 재벌개혁방안으로 계열분리·기업분할명령제 등을 내걸었다. 지배구조 관련 개혁방안은 박 시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내려왔어도 향후 민주당의 대선공약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공약에서 구체적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점이 나타난다. 김 의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원칙으로 하면서 비정규직을 철폐 수준으로 축소하고 파견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해 보수진영 논리와 맞닿아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