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정감사 첫날 당초 예상과 다르게 강도 높은 질타를 피해갔다.

다만 올해 정부가 재해 발생 건설사를 강도 높게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고 여전히 인명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안전관리 강화라는 건설업계의 숙제는 여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회 국토위 국감 첫날 소나기 피한 건설업계, 산업재해 근절 숙제는 여전

▲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3일 국회 국토위는 이날 본격적 국정감사 개시에 앞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이 의결에 따라 안전사고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던 건설업계 대표 및 오너경영자 절반의 명단이 바뀌게 됐다.

앞서 9월25일 국토위는 국정감사계획서를 채택하면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건설사고 증가 등’을 이유로 증인으로 결정했다.

다만 이날 변경의결에 따라 허윤홍 사장은 증인 출석요구가 철회됐고 정경구 사장은 조태제 HDC현대산업개발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이해욱 회장은 여성찬 DL건설 대표이사로 변경됐다.

여성찬 대표의 출석요구일은 종합감사날인 29일로도 바뀌었다. 당초 예정됐던 6명의 건설사 수장 가운데 3명의 이름이 변경된 것이다.

이날 국토위의 증인 변경 의결은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브리핑을 열고 국정감사에서 재계 증인 채택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발표 배경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등을 고려해 기업인의 증인 출석을 자제시키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바탕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서는 국감 첫날부터 건설 관련 산업재해 문제가 핵심 주제로 다뤄질 것이라는 데 긴장감이 높았으나 이날 증인 명단이 대거 바뀌면서 소나기를 피한 상황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다르게 올해 국감에서는 10대 건설사 수장들이 대거 증인 명단으로 채택된 데다 정부 기조와 맞물려 안전사고 예방을 둘러싼 강도 높은 질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국토위 국감에는 전중선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1명만이 ‘갑질 행태’를 확인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했다.

여전히 증인으로 채택된 채 변동이 없는 건설업계 CEO들은 이날 저녁까지 진행될 국정감사에 예정대로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증인 신문 과정에서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유가족협의회 의견 청취, 서울-양평고속도로 및 이전 정부 관저공사 특혜 의혹 질의 등이 함께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비중 있게 국감장에서 거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날 오전 국감에서는 여야 사이 정치 공방이 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국토교통 분야와 관련한 이전 정부의 정책 실패 지적 및 정치적 공세를 이어갔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감을 이재명 정부의 첫 국감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국감이라고 본다”고 운을 뗀 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의혹을 질의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도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의 질의를 집중적으로 이어갔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대법원 세종 이전 필요를,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ITS세계총회 대회의장 건립공사의 설계사 및 시공사 선정을 놓고 전 정부 인사들과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정부의 안전대책이 처벌 위주로 세워졌다는 점과 부동산 정책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은 “건설업은 우리 경제의 핵심 분야인데 최근 업황이 위축된 이유는 현 정부의 ‘건설사 때리기’ 때문”이라며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현장의 공사 중단, 경영진의 집단 사의 표명이 기본 대응 매뉴얼로 자리 잡은 듯한 데 이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봤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정책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으려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데 정부의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부동산으로 많은 이익을 본 ‘투자의 달인’들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 시작 직후 의사진행 발언 과정에서는 최근 경북지역 산불 피해 지원법안 표결 도중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호남에서는 불 안나나”라고 말한 일과 관련해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는 민주당 의원들과 발언의 진위를 왜곡하지 말라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30분가량 고성을 섞어가며 대립하기도 했다.

건설업계가 국토위 국감 첫날 소나기는 피했지만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에 안전대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추가 사고를 막아야 하는 과제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국감에서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데 소극적 모습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산업재해 근절을 놓고는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위 국감 첫날 소나기 피한 건설업계, 산업재해 근절 숙제는 여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국회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5개의 큰 틀의 안전규제를 담고 있다.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2회 받은 건설사에서 재차 영업정지 사유에 속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가 국토부에 등록말소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된다.

또 동시에 2명 이상이 사망해야 한다는 기존 영업정지 요건에 한 해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한 때가 더해진다.

이 밖에도 하한액 30억 원에서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 부과, 공공입찰 참가제한 확대, 낙찰자 선정 과정의 안전평가 항목 강화 등이 포함된다.

올해 들어 건설사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앞서 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세종-안성고속도로 청용천교 건설현장에서 사망자 4명을 포함해 사상자 10명이 발생한 대형 사고가 났다.

이외에도 포스코이앤씨의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 DL건설의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고 등 지속해서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 9월7일 발표한 새 정부의 공급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반복되는 건설현장 사고를 근절하기 위해 공사 모든 단계에 걸쳐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