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오너 어진 '사법 리스크'에도 1인체제 굳건, 이사회 견제장치도 무용지물

▲ 안국약품은 오너인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의 지배력이 탄탄하지만 이사회의 독립성은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안국약품 오너 2세인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형을 받고 복역했다가 같은 해 10월 출소했다. 한 달 뒤인 11월에는 안국약품 대표이사 자리에 복귀했다. 

어 부회장은 2016년 당시 개발 중인 고혈압약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투약하고, 2017년에도 직원 12명을 대상으로 항혈전응고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또한 어 부회장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의 병·의원과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료인 85명에게 89억 원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어 부회장은 2022년 3월 안국약품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어 부회장의 조기 복귀를 두고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어 부회장의 조기 복귀에는 기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공제 받으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상속공제는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할 때 가업에 직접 사용되는 사업용 자산 등의 가액만큼을 과세표준에서 차감해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다. 상속인이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가 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 부회장의 아버지인 어준선 창업주 겸 명예회장은 2022년 8월 별세했고, 어 부회장은 2025년 2월 이전에 대표가 돼야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었다. 

당시 어 부회장은 선친으로부터 안국약품 지분 20.53%를 상속받았다. 이 상속으로 어 부회장은 43.2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어 부회장에 이어 남동생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이사(3.80%), 여동생인 어명진씨(0.42%)와 어예진씨(0.42%), 누나인 어연진씨(0.36%) 등이 특수관계인에 올라있다. 

어진 1인체제 견제장치 없는 안국약품 지배구조

현재 어진 부회장은 안국약품에서 1인체제를 사실상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전문경영인인 박인철 부사장이 2025년 1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각자대표로 일하고 있지만 어 부회장의 영향력 안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 큰 문제는 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어 부회장은 의료인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어 부회장에 대한 견제장치가 약한 것은 안국약품 이사회가 후진적인 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국약품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인데 사외이사는 1명에 그친다. 게다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강경수 이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을 지낸 건강보험심사평가 전문가다. 회사의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로, 회계나 지배구조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안국약품 이사회에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비롯한 위원회가 하나도 없다. 감사 업무는 상근감사 1명이 처리하며 사외이사 후보 역시 이사회에서 추천해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안국약품은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는지 확실히 공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당사 이사회 규정에 의거해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다’는 사업보고서상의 문구를 볼 때 어 부회장이 맡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안국약품이 이사회를 선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어진 부회장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이사회 의사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재무 또는 지배구조에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이사회 구성의 문제가 코스닥 상장사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자산총액 2조 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두면 되고, 감사위원회 등 위원회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씨저널은 안국약품의 이사회 개편 의향과 계획에 대해 묻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진은 누구?

어진 부회장은 1964년 어준선 안국약품 명예회장의 2남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성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트르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1988년 대신증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92년 안국약품으로 옮겨 기획실장과 총무이사 등을 거쳤다. 1998년 대표이사 사장이 됐고 2016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