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거래종목을 추가로 줄였다.

당국의 거래량 규제 제한적 완화조치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거래소 '수수료인하'에 금융위 '거래시스템 점검'까지, 넥스트레이드 김학수 '임기 말' 환경 변화 촉각

▲ 22일 넥스트레이드가 거래종목을 650개까지 줄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한국거래소(KRX)의 수수료인하 움직임이 감지되고, 금융위원회가 현행 거래시스템의 적합성을 살펴보기로 하면서 외부 환경 변화가 우려 요인으로 떠올랐다.

첫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가 외부 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리란 관측이다.

22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이날부터 66개 종목 거래를 중단했다.

거래 중단 목록에는 세진중공업, STX엔진, 대한조선 등 코스피 11개 종목과 오리엔탈정공, 제닉스로보틱스, 원익홀딩스 등 코스닥 55개 종목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지난주까지 716개였던 거래 종목 수는 650개로 감소하게 됐다.

이는 ‘15%룰’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거래한도 준수를 위한 움직임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7조의3 제2항에 따르면 대체거래소는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최근 6개월 간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15%를 넘어설 수 없다.

넥스트레이드는 9월 거래량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8월20일부터 두 단계에 걸쳐 79개 종목 거래를 중지한 상태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조치로) 한국거래소 대비 거래량 비율이 하락해 9월말 기준(4~9월) 규제 비율의 준수가 가능할 전망”이라며 “다만 10월 이후에는 거래량 비율 산정에서  거래량이 적었던 4·5월이 제외됨에 따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넥스트레이드 거래량 상승에 발맞춰 대체거래소 거래한도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넥스트레이드가 매매체결 종목 수를 700개 이하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한국거래소의 30% 수준이었던 종목별 한도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키로 한 것이다.

다만 넥스트레이드 전체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전체거래량의 15%를 넘어설 수 없다는 15%룰은 유지됐다.

당시 금융위는 “대체거래소의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에 따라 현행 한도 규제 준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종목별 한도를 한국거래소의 100% 미만 유지를 전제로 비조치하되, 거래량 관리를 위한 자구노력 조건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구노력 조건으로 △유예기간 중 전체 매매체결 종목 수를 700개 이하로 유지 △향후 거래량 예측·관리방안을 마련·보고 △매월 거래량 관리현황을 점검·보고 등을 제시했다.

이에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한도를 안정적으로 준수하고 거래의 연속성을 제고하기 위해 거래대상종목수를 650개 내외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거래량 비율 예측시스템을 구축해 월말 기준 예상 비율을 매일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SOR시스템(Smart Order Routing·스마트전송시스템)과 최선집행의무가 꼽힌다.

최선집행의무란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문을 처리할 때 가격, 수수료, 체결 가능성, 매매 속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매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다.

투자자가 한국거래소나 넥스트레이드 등 특정 거래시장을 선택해 주문을 넣지 않는다면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주문이 처리된다.

SOR시스템은 복수시장의 통합호가(Order Book)를 기준으로 거래비용과 체결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의 주문을 유리한 거래시장으로 배분하는 제도다.

현재 SOR시스템과 최선집행의무에 따라 고객에게 가장 유리에 조건을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보다 낮은 수수료를 택하고 있는 넥스트레이드에 주문이 몰리게 된다.

금융위는 “넥스트레이드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8월 평균 거래대금 기준으로 26.2%에 육박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자연스레 수수료 매출 타격을 입었다.

한국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월별 거래 및 청산결제 수수료 수익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6월 거래수수료 수익은 9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63억 원보다 19% 줄었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수수료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수수료인하 경쟁은 대체거래소 체제의 순기능이지만, 실제 효용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가 유의미하게 저렴하지 않아, 시장참여자에게 제공하는 편익에 비해 과도한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현행 SOR시스템의 주문배분 분석 결과를 살펴 시스템이 최선집행의무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우려 요인으로 부상했다.
 
한국거래소 '수수료인하'에 금융위 '거래시스템 점검'까지, 넥스트레이드 김학수 '임기 말' 환경 변화 촉각

▲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가 3월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로선 한국거래소의 수수료인하와 당국의 주문시스템 변경 여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제는 김 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최근 이사후보추천위 구성을 마치고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에 나섰다. 김 대표의 임기는 3년으로, 올해 11월10일 종료된다.

업계는 김 대표가 넥스트레이드를 출범시킬 당시 ‘3년 내 시장점유율 10% 달성’을 6개월 만에 이뤄낸 것을 고려해, 조심스레 연임 가능성을 긍정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국내 첫 대체거래소를 직접 만들고 점유율 목표도 조기에 초과 달성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다만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당국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