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 초대형 IB 가는 길에 더 중요해진 지배구조, 양홍석 이사회에 ESG 보강할까

▲ 대신증권의 이사회 내 ESG위원회는 전원이 사내이사로 구성돼있다.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오너이자 최대주주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는 이유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대신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신증권은 2024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받은 이후, 자기자본 4조 원 달성을 목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 확충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초대형 IB 지위는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 기존보다 폭넓은 사업 권한을 부여받는 만큼 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 리스크 관리 등 상당한 책임이 함께 주어진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초대형 IB 인가 발급에서 대주주 적격성과 내부통제시스템 등 책임과 관련된 사안들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의 지배구조, 특히 이사회의 책임과 독립성, 투명성 등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지배구조의 혁신은 결국 오너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대신증권의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이사회 구조의 외형적 기준은 충족, 이사회의 의사결정 독립성은 과제

대신증권 이사회를 구성하는 인원은 모두 8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사외이사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하는 외형적 기준인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는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선진적 이사회를 위한 기본 골격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사회 의장은 오너 3세인 양홍석 부회장이 맡고 있으며, 실질적인 경영은 오익근 대표이사가 수행한다. 이사회 의장을 오너가 맡고 있긴 하지만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윤희 사외이사를 ‘선임사외이사’로 지정하고 있는 점은 눈에 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의 최종 의사결정 권한이 대표이사도, 사외이사도 아닌 오너 일가의 일원인 양 부회장에게 있다는 점은 비판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회의체를 따로 열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ESG기준원에서 발간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대표하는 대표이사와 분리하여 선임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선임사외이사의 역할로 사외이사회의(사외이사 사이 공조를 위해 사외이사만이 참석하는 회의) 주재를 제시하고 있다.

◆ 이사회 세부 구성, ESG 측면에서 아쉬움 

최근 증권사 사외이사 구성의 트렌드는 전문성의 다변화다. 투자대상이 한정되어 있지 않은 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의 사외이사진에는 세무·회계, 경제정책,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진해있다. 사외이사 전문성의 다양화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사회 세부 구성을 살펴보면  ESG 경영 측면에서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사외이사 가운데 ESG 측면의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받을 수 있다.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법무부장관 등을 지낸 김성호 사외이사가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소비자 보호, 환경 문제,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의 이력을 쌓아온 전문 인력의 시각과는 결이 다를 수 있다.

김성호 사외이사가 제58대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된 ‘기특한 부정(父情)’ 발언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다.

ESG경영위원회의 구성이 독립성 보장과 거리가 있다는 점 역시 한계다.

대신증권 이사회의 ESG경영위원회는 오익근 대표와 송혁 부사장 등 전원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ESG위원회는 회사 차원의 ESG전략 수립, ESG 측면에서 경영 활동에 대한 감시와 견제, 성과 점검 등을 담당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ESG위원회의 구성원이 모두 사내이사라면 회사, 혹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ESG경영 측면의 검토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배구조 모범규준 5.2 항목은 이사회내 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이사회에 있는 위원회는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의 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ESG 기준에 따른 거래·위탁·투자 선별을 강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증권사들은 기업금융부문의 자금운용에서 ESG 경영을 중요한 기준으로 세워나가고 있다. 

초대형 IB를 지향하는 대신증권에게 ESG위원회의 독립성 제고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ESG위원회의 실제 활동을 보더라도 의문이 남는다. 

대신증권의 2024년 사업보고서, 2025년 상반기 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ESG위원회의 활동 내역 가운데 대다수는 사업부문별 손익 및 리스크 현황 보고다. 2024년 ESG위원회의 활동 내역 가운데 ESG 경영과 관련있는 활동 내역은 ESG 경영 진행 현황 보고 3건이 전부다. 

이는 다른 증권사의 ESG위원회 활동 내역과 확연히 구분된다. 

예를들어 NH투자증권의 ESG위원회는 2024년에 ESG 중대성 평가 결과 보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추진과제 보고, 지속가능통합보고서 발간 보고, 탄소금융 비즈니스 보고, 기후시나리오 분석 수행 계획 보고 등을 수행했다. 

미래에셋증권의 ESG위원회 역시 2024년 ‘ESG 정책 프레임워크’ 개정안 심의, 이중 중대성 평가 수행안 심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대응 보고, ESG 경영 성과 보고, 탄소중립 추진 현황 보고 등 구체적 ESG 활동을 수행했다.

다만 대신증권은 그룹 전체의 ESG 경영과 관련해 오너일가인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 직접 그룹ESG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대신증권 이사회의 ESG위원회의 역할이 크지 않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올해 7월 책무구조와 관련된 공시를 통해 이어룡 회장에게 '그룹의 ESG 관리체계 운영을 위한 회의체 운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ESG 경영 측면에서 이 회장이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 ESG 실천 성적표는 양호, 양홍석 ‘시스템’도 정답으로 바꿔낼까

이사회 내 ESG위원회의 독립성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는 것과 달리 대신증권의 ESG 활동 자체는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매년 지속가능경영 통합보고서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 정보보안, 윤리경영, 금융소비자 보호 등 다양한 실무 영역에서의 ESG 이행 현황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대신증권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다양한 ESG 활동을 통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해 나가겠다“라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대신 지구온난화 펀드’와 같은 ESG 특화 금융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며 기후변화 대응 투자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증권사로서 재계 전체의 ESG 경영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사례다.

대신증권의 ESG 평가 등급 역시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높은 편이다. 대신증권은 한국ESG기준원의 2024년 ESG 평가에서 종합 B+등급을 받았는데, 국내 증권사 가운데 대신증권보다 평가등급이 높은 곳은 종합 A등급을 받은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은 ESG 측면에서 ‘상품’이나 ‘보고서’도 중요하게 보지만 ‘시스템’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한다”라며 “특히 오너가 있는 기업은 오너의 의지와 시스템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