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국방부의 사드부지 교환이 지연되고 있다.
국방부는 1월 안으로 부지 교환 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롯데그룹은 아직 계약을 승인할 이사회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이 사드지를 제공하겠다는 뜻은 변함이 없지만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할 만한 이유가 많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롯데의 의사결정에 걸림돌로 꼽히고 있지만 교환대상이 되는 남양주 부지 활용을 놓고도 고민이 크다.
◆ 퇴계원에 주상복합아파트, 주택경기 괜찮을까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사드배치부지로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과 교환대상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경기도 남양주 군용지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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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성주골프장 장부가격은 850억 원이고 공시지가는 450억 원인데 남양주 군용지 공시지가는 1400억 원이다. 국방부는 사드부지 감정평가액에 맞춰 군용지 일부를 롯데에 넘겨주기로 했다.
부지를 놓고 감정평가는 이미 끝나고 현재 사업성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렸다. 롯데그룹은 토지 교환으로 자칫 배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어 부지의 사업성을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 수도권 알짜부지라는 기대만큼 큰 사업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주택시장과 유통산업 규제 등을 고려할 때 이 부지에서 신규사업을 하기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부지 활용방안으로 가장 먼저떠오른 것은 주상복합단지 조성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롯데그룹이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 부지는 퇴계원면에 위치해 있어 서울과 인접해 있고 인근에 고속도로 나들목인 퇴계원IC가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택지 조성에 유리할 것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퇴계원은 전국 면단위 지역 가운데 가장 작다. 서울과 인접했지만 도심·부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만큼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라는 관측이 많다.
퇴계원지역은 2009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2018년까지 370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기로 했지만 계획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2015년 10월 재정비촉진지구에서 해제됐다.
이 부지에 위치한 군부대 이전 지연이 퇴계원지역의 재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꼽혀 군부대가 이전하고 나면 다시 재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시장 자체가 둔화되고 있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도권 중심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어 주상복합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려면 적지 않은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17일 내놓은 2016년 주택시장 결산 및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물량은 지난해 12만2천 가구에 이어 올해 16만2천 가구, 내년 21만 가구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급불균형으로 주택시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더욱이 남양주 지역은 사업자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로 꼽히는 준공후 미분양도 빈번하게 나오는 곳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남양주의 준공후 미분양은 599가구로 용인지역에 이어 경기도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 대형쇼핑몰, 상권·경쟁업체·규제 3중고
롯데그룹이 대형쇼핑몰을 세우는 방안도 유력하게 꼽힌다.
수도권 동북부에는 신세계그룹이 하남시에 세운 스타필드하남 같은 초대형쇼핑몰이 전무하다. 롯데그룹이 남양주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대형쇼핑몰 건립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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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 |
하지만 현대백화점이 이 지역에서 먼저 대형쇼핑몰 출점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 내 자족시설 1,2부지에 프리미엄 아울렛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진건점을 내기로 했다. 이 매장은 영업면적 기준으로 업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대형쇼핑몰이 성공을 거두려면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현대백화점의 전력투구를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입지면에서도 다산신도시를 끼고 있는 현대백화점보다 퇴계원 부지가 불리하다.
게다가 롯데마트·롯데아울렛 구리점이 이 부지에서 차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쇼핑몰 신규 출점 요인이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정치권에서 높아지는 유통산업 규제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에서 각종 유통산업 규제방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물류단지 안에 대규모점포 설립을 제한하는 아울렛 규제법안과 대규모점포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는 방안, 지자체장이 대규모점포 개설을 금지하는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을 지정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국회에 제출됐다.
또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휴일을 아울렛 등 대규모점포로 확대하는 방안, 의무휴일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방안 등 영업활동 규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 위치한 아울렛 등 대규모점포는 일요일을 의무휴일로 지정할 경우 매출에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사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롯데그룹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포기할 경우 수도권 물류창고 정도가 활용 가능한 방안인데 이 역시 남양주에 이미 롯데백화점 물류센터가 있어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물류창고를 세울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2012년 CJ그룹이 남양주 진접택지지구 주변에 물류창고를 지으려했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반대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해 무산된 사례가 있다.
현재도 인근 주민들은 물류창고가 들어서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퇴계원에 살고 있는 50대 한 남성은 “롯데가 들어온다 해 기대가 큰데 물류창고로 쓰겠다고 하면 반대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