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역 탄생' 지하철 성수역명 바뀌나, 조만호 IPO 대박 흥행 위한 밑그림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성수를 거점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무신사가 ‘성수=무신사’라는 공식을 완성해가고 있다. 단순한 패션 플랫폼을 넘어 성수동을 대표하는 브랜드 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성수동에 거점을 다져온 무신사는 지하철 2호선 성수역 명칭 확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유통을 넘어 지역의 상징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외국인 관광객 유입 전략에 속도를 내며, 기업공개(IPO) 흥행을 향한 청사진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이 ‘무신사역’이라는 새 이름을 달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성수역 역명 병행 표기 사업 입찰에 무신사가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 후보였던 에이블리는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효 처리됐다. 원칙적으로 역명병기 유상판매 계약은 지방계약법상 2곳 이상의 경쟁 입찰이 원칙이기 때문에 이번 입찰은 유찰 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도입된 지방계약법 시행령 특례가 올해 12월까지 연장된 상태다. 이 특례에 따르면 경쟁자가 한 곳뿐이더라도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경쟁자가 없는 상황인 만큼 계약 체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이 10억 원에 3년 간 성수역 역명병기권을 낙찰받았으나 최종 포기한 자리를 무신사가 채우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수역 역명 변경이 무신사가 성수동에서 쌓아온 상징성을 완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명 병행 표기 사업은 지하철역 이름 옆에 기업이나 기관 명칭을 함께 표기하는 제도다. 낙찰되면 기본 3년, 연장 시 최대 6년 동안 역명판과 출입구, 전동차 노선도, 안내방송 등 8개 항목에 기업명이 노출된다. 단순 광고를 넘어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브랜드 노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성수동의 입지와 유동 인구는 무신사에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성수동은 지금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활발하게 몰리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성수 패션 지도’가 따로 돌 정도로 개성 있는 로컬 브랜드들이 밀집해 있다. 무신사를 비롯해 세터, 젠틀몬스터 등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가 즐비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무신사가 있다. 2023년 ‘무신사스탠다드 성수’를 연 데 이어, 2024년에는 대림창고를 활용한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를 선보이며 성수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다.

올해는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장 ‘이구홈 성수’, 키즈 패션 매장 ‘이구키즈 성수’를 연이어 선보이며 성수 거점의 외연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내년 초 문을 여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성수동 일대를 아우르는 2500평 규모의 초대형 플래그십 공간으로, 무신사의 도시 브랜드화 전략을 상징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꼽힌다.

무신사는 성수동에서의 존재감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로 자연스럽게 확장하고 있다.
 
'무신사역 탄생' 지하철 성수역명 바뀌나, 조만호 IPO 대박 흥행 위한 밑그림

▲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 외관. <무신사>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의 올해 2분기 중국인 거래액은 지난 1분기보다 무려 257% 증가했다. ‘무신사스탠다드 성수’에서도 외국인 소비가 뚜렷했다. 올해 2분기 전체 거래액 가운데 47%가 외국인 고객에게서 나왔다.

조만호 대표는 하반기에도 외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최근에는 한국관광공사와 공동 홍보 협약을 맺고 ‘네버 엔딩 코리아’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서울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무신사를 여행 코스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행보를 두고 관광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브랜드 확산을 동시에 겨냥한 ‘투트랙 전략’으로 평가한다. 특히 성수동이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무신사 타운’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무신사는 국내 최초로 관광과 패션 유통을 결합한 기업으로서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단체 관광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성수역에 ‘무신사’ 이름이 병기될 경우, 방문 유인은 높이고 진입 장벽은 낮추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역명이 브랜드 역할을 하며 관광 동선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조만호 대표의 성수 거점 확장이 기업공개(IPO)와도 맞물려 있다고 본다. 

최근 무신사는 복수의 증권사를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조만간 주관사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를 최대 10조 원까지 평가하고 있다. 조 대표 입장에서는 하반기 안에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성수에서 꾸준히 다양한 오프라인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사업을 펼쳐왔다”며 “이번 성수역 역명을 유치하게 된다면 성수 로컬 기업으로 상권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