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영업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정철동 매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애플을 비롯한 세트업체들이 기존제품 재고 소진에 집중하면서 일시적으로 패널 발주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익 측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매출 규모(25조 원대)를 기록한 삼성디스플레이가 흑자를 낸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이런 격차가 사업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를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꼽고 있다.
이 패널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용으로 집중 채택되면서 안정적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평균단가도 TV용 대형 OLED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TV시장 자체도 성장이 둔화되고 있어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 셈이다.
정 사장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대형 OLED 원가 절감과 이익률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자동차용과 IT용 OLED 등 신규 수요처를 개척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40년간 LG그룹에서 기술 전문 역량을 길러온 ‘기술 전문가'로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이러한 전략 실행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와 영업손익 벌어진 격차, 정철동 '기술 초격차'로 정면 돌파
정철동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영업손익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술 초격차’로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단순 투자보다는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적 장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정 사장은 대형 OLED 분야에서 확보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백색OLED 개발 경험으로부터 발광층 설계와 열·전류 제어 등의 핵심기술을 확보해 ‘탠덤OLED’를 완성했다.
이 기술은 발광층을 겹겹이 쌓아 올려 밝기와 수명을 개선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이 OLED를 노트북 패널용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델의 최신 제품에도 탑재됐다.
최근에는 이 OLED의 소재를 저온다결정 산화물(LTPO)로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전력효율이 높아지고 상황에 따른 주사율 조절도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패널이 차세대 아이폰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애플에 탠덤OLED 구조를 적용한 아이폰 출시를 권한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도 탠덤OLED 기술을 최초로 적용했다. 이 분야에서는 꾸준히 OEM 고객을 늘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는 지난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OLED 비중을 2030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40인치 필러투필러(P2P) 제품은 운전석부터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초대형 화면으로 주행정보와 영화, 게임 등 탑승자 맞춤형 인포테인먼트를 갖췄다.
이 패널은 일본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세단 ‘아필라’에 탑재된다.
이미 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형 OLED 사업에서는 ‘이익률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대형 LCD 생산 공장을 매각해 고정비 부담을 줄였다. 매각대금 일부는 다시 대형 OLED 사업 고도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TV용 백색OLED 생산공장의 감가상각도 올해 종료된다. 설비 투자금액을 일정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해오던 회계 절차가 마무리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공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고정비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프리미엄 TV용 OLED에서는 ‘생산단가 절감’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서도 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한 핵심 기술로는 발광 층을 네 겹으로 쌓아 밝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4스택 백색OLED’를 앞세우고 있다.
정철동 사장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형사업에서는 원가혁신을 하고, 중소형사업에서는 기술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사업구조 개선으로 수익확보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정철동 LG이노텍에서 보여준 사업구조 개편 성과, LG디스플레이에서 재현할 수 있을까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
정철동 사장은 올해도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원가를 낮추고 기술 경쟁력은 높이는 차원의 구조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철동 사장의 사업구조 개편작업에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정 사장이 LG전자의 자회사 LG이노텍에서도 사업구조를 효율화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낸 적이 있어서다.
그는 2019년부터 LG이노텍 사업부문 가운데 이익률이 낮은 고밀도회로기판(HDI)과 무선충전, 전자가격표시기(ESL),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정리하며 자산과 영업이익의 효율을 높였다.
LG이노텍이 주력으로 하는 카메라모듈 사업에서는 고부가를 내는 스마트폰용 제품 중심으로 공장을 증설하며 생산 비중을 확대했다.
그의 노력으로 2018년부터 내림세를 겪던 영업이익은 빠르게 회복됐다.
연결기준 매출은 2019년 7조 원대에서 2021년 14조 원대로 2배가량 늘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031억 원에서 1조2642억 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2025년까지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그의 목표를 4년이나 앞당겨 이룬 셈이다.
그가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LG그룹 내부에서 꾸준히 ‘생산성 개선’ 측면의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1984년 LG반도체로 입사해 2004년 LG필립스LCD 생산기술담당, 2010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 2016년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역임하며 생산기술 전문가로서 역량을 길렀다.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 시절, 지금은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은 TV OLED 시장에서 첫발을 내딛기 위해 8세대 OLED 생산설비 구축을 주도하기도 했다.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맡은 뒤에는 LG디스플레이와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상승효과를 염두에 두고 ‘LCD용 유리기판’ 생산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유리 기판 생산수율을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코닝정밀소재에 견줄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받았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