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더 오를 것 같은데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증권업계 관계자에게 지금 금(Gold)을 사도 늦지 않았냐고 묻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놓은 답변이다.
 
'트럼프 시대' 황금의 질주 계속된다, 골드뱅킹서 현물·채굴 ETF까지 매력 여전

▲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 등 영향으로 국제 금 시세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에 실물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과 약달러 유도 정책 등도 금 시세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트럼프 2기 출범 뒤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 해임 등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투자시장에서 미국 국채의 신뢰도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경기와 정부 재정 악화우려가 계속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미국 국채 등을 대신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채권 매력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 투자에 수요가 더욱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 가격은 현지시각 3일 온스당 3635.50달러에 장을 마치면서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해 온스당 약 2070달러에서 시작해 한 해 동안 27.47%가 올랐는데 올해 들어 8개월 만에 37.65% 더 상승했다.

올해 미국 S&P500지수(9.63%) 한국 코스피지수(32.71%) 상승률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 랠리가 한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바라본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2026년 말 금 시세가 온스당 4250달러, 2029년에는 6천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금 시세 전망을 상향조정해 2026년 중반 온스당 4천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다보니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 투자에 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골드바 등 실물 금을 매수하는 방법 외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상품, 금 현물·선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투자 접근성이 좋아진 점도 금 투자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은 “과거에는 금값 상승기에 투자자금이 단기적으로 몰렸다가 다시 주식, 채권 등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자산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정 비중을 금에 배분해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의 골드뱅킹 계좌 잔액은 1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2025년 8월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 합계는 1조1393억 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8월 말(6397억 원)보다 78.09% 늘어났다.

4대 은행 가운데 골드뱅킹 상품이 없는 하나은행은 최근 금 투자 수요에 대응해 금 실물을 맡기면 운용수익을 받을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 상품을 새롭게 내놓기도 했다.

금 현물, 선물에 투자하는 ETF 상품도 다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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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는 최근 1년 수익률이 45.17%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한국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KRX 금현물지수를 기초지수로 추종하는 ‘ACE KRX금현물’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금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 ETF를 운용하고 있다.

ACE KRX금현물과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는 각각 최근 1년 수익률이 45.17%, 72.37%를 보이고 있다.

한지숙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부 수석은 “금을 ETF로 거래하게 되면 실물로 소유할 때 드는 부가가치세(10%) 등 부담을 덜 수 있고 환금성이 뛰어난 장점도 있다”며 “ACE KRX금현물 ETF와 같은 현물 ETF는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최근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 총보수를 기존 0.45%에서 0.15%로 낮추면서 금 투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는 뉴몬트, 애그니코이글마인스, 바릭마이닝 등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주요 금 채굴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은 74.84%로 금 선물, 현물지수 투자 ETF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3월 금에 투자하면서 월배당을 받을 수 있는 ‘SOL 국제금커버드콜액티브’ ETF를 내놨다.

SOL 국제금커버드콜액티브는 국제 금 가격을 90% 이상 추종하면서 동시에 콜옵션 매도를 통해 연간 4% 수준의 배당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이 ETF는 상장 이후 수익률이 14.98%이고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분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마음이 편해지는 선택지, 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증시 방향성이 불확실하고 미국 경기둔화 우려와 관세 영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금이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단기 매매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두면 금 선물보다는 현물에 바탕한 투자가 적합하다”며 “또 달러 약세 흐름이 예상되는 만큼 환헤지보다는 환노출 구조의 국내 상장 금 ETF를 활용하는 전략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