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택배업계가 주 7일 배송 서비스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아직 관련 서비스 도입을 못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 사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지난 4월21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공개와 미래 전략을 설명하는 모습. <롯데글로벌로지스>
국내 택배 기업들이 앞다퉈 '주 7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시장을 장악해가는 가운데 주 7일 배송 도입과 관련해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부사장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롯데글로벌로지스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의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은 택배 사업의 부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조7277억 원, 영업이익 409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19.4%가 줄었다.
특히 택배 사업(라스트마일 부문) 실적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라스트마일 부문은 매출 6902억 원, 영업이익 82억 원으로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57.6%나 줄었다.
내수소비 침체에 따른 택배물량 감소가 주 원인이다. 이는 CJ대한통운, 한진 등의 경쟁사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CJ대한통운·쿠팡은 2025년 들어 ‘주 7일 배송’ 도입하면서 초기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 7일 배송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직 주 7일 배송 서비스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주 7일 배송 관련해 진행 중인 내용은 없다"며 "향후 필요하게 된다면 도입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7일 배송 서비스가 국내 택배 기업들의 향후 생존에 필수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도입하지 않은 택배 기업은 시장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둔화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빠르고’, ‘끊김없는’ 배송을 제공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비자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오정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과 전국적 물류망을 갖춘 소수의 대형 택배 기업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것”며“국내 택배 시장은 쿠팡(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과 CJ대한통운의 양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중소 택배사의 도태와 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2025년 1월부터, 한진은 같은 해 4월부터 주7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배 기사들과 배송 도입과 관련해 여러 진통을 겪었지만 택배기사 노조와 대리점연합회 들이 기본협약 체결하는 등 서비스를 안착시키는 중이다.
한편 강 대표는 지난 4월 상장 추진 당시 경쟁사의 ‘주7일 배송’에 대응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물품을 수령할 수 있게 하는 ‘약속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겠다 밝혔다.
그는 약속배송 서비스 대상 기업을 2025년 기준 28개사에서 2027년 178개사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회사는 올해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 848억 원을 조달하고, 이 가운데 택배 인프라 구축 포함 시설자금에 348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밖에 △베트남 남부 통합물류센터에 200억 원 △차입금 상환에 300억 원 등을 예정했다.
하지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공모가가 기대를 밑돌 것이 유력해 상장을 잠정 연기한 상태다. 수익성 개선 뒤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다시 상장을 노리겠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 롯데글로벌로지는 지난 4월 중순부터 공식 증시 상장 절차를 밟다가 이를 잠정 연기한 상태다.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주 7일 배송 도입을 위해 택배기사들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 대표는 1968년 생으로 미국 템파베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물류기업 UPS에 입사한 뒤 아태지역영업담당, 글로벌영업담당 부사장을 지낸 글로벌 물류 분야 전문가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24년 2월 CJ대한통운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던 강병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그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