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회언 HDC 대표이사가 임기 첫해 자회사들의 동반 실적 훈풍에 올라타고 있다.

김 대표는 HDC 실적 개선에 힘입어 그룹 지주사 수장으로서 내세운 '기업가치 확대' 비전 실현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김희연 HDC대표 임기 첫해 자회사 동반 실적 개선, 기업가치 높이기 비전 '청신호'

▲ 김회언 HDC 대표이사가 기업가치 확대 비전을 달성하는 데 힘을 받고 있다. 


15일 HDC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요 자회사들이 대부분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DC그룹 지주사 HDC 아래 대부분의 계열사가 외형 성장을 이룬 가운데 특히 영업이익률 성장 폭이 적지 않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2분기 HDC 연결대상 주요 자회사 수익 지표를 보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소재 계열사 HDC현대EP는 영업이익 121억 원, 영업이익률 5.7%를 기록했다.

플라스틱 소재를 공급하는 PO사업부문에서 특히 자동차용 제품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률이 1년 전과 비교해 2.5%포인트 증가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및 관리서비스사업을 담당하는 HDC랩스는 영업이익 37억 원, 영업이익률 2.2%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FM(상업건물시설관리)사업지 확장에 따른 용역매출 및 스마트홈솔루션 등 공사매출이 늘면서 수익성이 함께 증대됐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포인트 확대됐다.

백화점 및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HDC아이파크몰은 영업이익 146억 원으로 영업이익률 41.1%를 기록했다.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MD(상품기획) 리뉴얼 및 프로모션을 지속하는 가운데 고정비 절감으로 영업이익률을 2.7%포인트 개선했다.

HDC의 지분법 대상 계열사인 HDC신라면세점은 매출(1820억 원)이 2배 이상 뛰면서 영업이익 15억 원을 거뒀다. 

다만 영업이익률은 0.8%에 그쳤다. 그러나 면세시장 경쟁이 완화하는 가운데 판매가 늘고 고정비 절감 효과를 보면서 영업흑자로 전환한 것이 의미 있는 변화로 여겨진다.

특히 김회언 대표에게 긍정적 부분은 HDC그룹의 중심인 건설 부문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새로운 현금창출원(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 부문의 통영에코파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으로 평가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 영업이익 796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포인트 높아진 6.9%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총이익률이(GPM) 40%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원 아이파크(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현장 등 자체사업 공정진행에 따른 중장기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10월29일 천연가스복합발전소 상업운전을 개시한 통영에코파워는 2분기 영업이익 6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1.4%로 직전분기 27.9%에서 더 높아져 30%를 웃돌게 됐다.

통영에코파워는 가동시간을 늘리면서 가동률을 1분기 말 79.6%에서 상반기 말 82.9%로 늘렸다. 장기 원료공급계약 LNG(액화천연가스) 직도입 및 한국가스공사와 직배관 연결을 통한 공급부대비용 절감으로 확보한 우수한 원가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토대로 HDC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664억 원, 영업이익률 9.1%을 나타냈다. 지난해 2분기와 견줘 영업이익은 97.6%, 영업이익률은 3.6%포인트 개선된 것이다.

김 대표는 임기 첫해부터 뚜렷한 자회사 실적 개선을 등에 업고 HDC의 지주사로서 역할을 강화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HDC그룹은 2022년 7월 이후 2년 반가량 지주사 HDC와 핵심인 HDC현대산업개발 중심의 경영 리더십을 유지해왔다.

이후 지난해 말 그룹 인사와 올해 3월 각사의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두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김 대표는 이때 기존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HDC 대표이사로 이동했다.

김 대표는 그룹 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계열사 관리와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지주사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주주의 가치를 높이는 일로 꼽힌다.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HDC에 대한 시장 평가를 제고하는 것이 김 대표의 주요 과제이기도 한 셈이다.
 
김희연 HDC대표 임기 첫해 자회사 동반 실적 개선, 기업가치 높이기 비전 '청신호'

▲ HDC 실적에 기여도를 높이고 있는 통영에코파워의 액화천연가스(LNG)복합발전소 모습. < HDC >


HDC 이사회는 앞서 김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다양한 경험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회계 및 재무 분야의 전문적 의견 제시와 그룹의 지속 성장을 견인하고 지주사 기업가치 증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들을 보면 김 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HDC 기업가치 증대 과제 달성의 기반을 확보해가는 것으로 분석된다.

HDC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30일 7115억 원에서 올해 6월30일 1조4039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일정 기간 기업의 주가 변동과 배당을 반영해 투자자가 실제로 거둬들인 수익을 나타내는 TSR(총주주수익률)은 2023년 35%에서 지난해 77%로 높아졌다. 올해도 가파른 주가 상승세 등을 고려하면 TSR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가 이익 확대를 바탕으로 HDC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지도 주목된다.

HDC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350원, 모두 175억 원을 배당했는데 향후 통영에코파워 등 자회사의 배당으로 여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1%(1024만 주)에 이르는 자사주의 소각 역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현 정부가 자사주에 관한 원칙적 소각 근거를 마련하려는 환경 아래에서 HDC가 보유 비중이 큰 자사주의 일정 부분 소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HDC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지속적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안정적 배당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또 중장기 배당 정책 등의 검토를 통해 주주환원 노력을 점진적으로 이어가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