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또 다시 미뤄졌다. 이재명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얘기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이재명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기자의눈] 금융감독체계 개편 대통령의 결단,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정부 5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될 123대 국정과제를 공개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비롯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빠졌다.

일찌감치 대통령 보고를 마친 만큼 정부조직 개편안은 애초 이번 국민보고대회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통령의 장고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대통령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니고 있는 정책, 감독, 소비자보호 기능을 재편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국정위 방안으로 알려진 금융위원회 해체, 금융감독위원회 부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놓고 금융당국 당사자는 물론 정계, 학계, 시민사회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각 방안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인 만큼 대통령의 고심이 깊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심상치 않은 국내 경기상황과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은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관세협상 타결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3500억 달러 펀드’ 조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수장이 공석이다.

금융권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산업 전반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장 역시 공석이다.

금융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있지만 그 역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더군다나 조직의 유지 자체가 불확실한 만큼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례로 취임 이후 매달 진행하던 기자간담회도 새 정부 들어 멈췄다.

글로벌 관세 전쟁에 대응하고 국내 경기부양을 이끌 금융산업 전체가 대행체제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어느 조직이든 대행체제는 중요한 결정을 미루고 소극적 선택을 한다. 금융당국이 대행체제니 금융사들도 슬슬 눈치를 보며 여러 결정들을 미룬다. 새 수장이 오면 기존 결정 내용이 다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4분기나 돼야 확정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 이후 금융당국 수장이 결정된다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가장 늦은 정부로 남게 된다.

대통령의 고심이 길어진다고 묘수가 나올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기자의눈] 금융감독체계 개편 대통령의 결단,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7월2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긴급 정책 토론회'에서 2부 토론을 이끌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 전 원장을 비롯해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해 현재 금융위원회가 지니고 있는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현재의 금융감독체계에 변화를 줘야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10년도 더 됐다.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쪼개 현재의 금융감독체계를 갖춘 2008년부터, 더 위로 가면 금융의 건전성 관리에 실패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부터, 독립적이고 효율적 금융감독체계를 찾기 위한 노력은 이어졌다.

그 오랜 기간 학회와 세미나, 토론회, 연구 등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여전히 이상적 금융감독체계를 찾기 위한 갈증은 풀리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 위에 사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떤 조직 체제를 갖춘다 해도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독립적이고 효율적 금융감독을 위해 조직 체계만큼 중요한 것은 누가 그 조직을 이끄느냐다.

금융위원회의 유지든 폐지든, 금융감독위원회의 부활이든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신설이든,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효율성은 금융산업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과 각 조직 수장의 리더십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의 빠른 결단을 바란다. 장고 뒤 악수를 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테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