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금융그룹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지배구조 투명성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그래픽 씨저널>
KB금융그룹이 ESG경영과 관련해 글로벌 금융기관으로부터 받고 있는 평가를 한 눈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ESG경영에서 G, 즉 지배구조 측면의 개선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경(E)과 사회(S) 부문은 소위 ‘보여주기식’의 개선이 쉽지만 지배구조는 기업의 인사 전략, 경영 전략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서 두드러지게 모범적 지배구조를 완성해 나가고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특히 과제로 남아있던 비은행 계열사의 대표이사·이사회 의장직 분리를 최근 마무리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향한 양종희 회장의 의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 독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이사회
KB금융지주는 이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완성형’에 가까운 지배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원 9명 가운데 7명이 사외이사이며, 이들의 전문 분야는 금융, 경영, 재무, 회계, 법률, IT, ESG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사회 의장직 역시 사외이사가 맡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에는 국내 금융지주사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3명을 동시에 선임하며 다양성 제고에 앞장섰고, 2024년에는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기도 했다. 현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인 조화준 사외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조화준 의장의 전임자인 권선주 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역시 여성 사외이사였다.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독립성도 눈에 띈다.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구조는 위원회의 판단이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객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KB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 8명의 이사 중 5명이 사외이사이며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인 서태종 이사가 맡고 있다. 모든 위원회의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고 있기도 하다.
◆ 비은행 계열사 의장·대표이사 분리, 올해 6월 완성
비은행 계열사들 역시 전반적으로 양호한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다. 비은행 핵심 계열사인 KB증권과 KB손해보험 모두 사외이사의 이사회 내 비중과 전문성 측면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비은행 계열사를 향해서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KB손해보험은 구본욱 대표가, KB증권은 김성현 공동대표가 의장을 겸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2025년 7월부터 자산 5조 원 이상 보험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권고하기로 했다. KB금융그룹은 이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월 26일, KB손해보험과 KB증권은 동시에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했다. 정관 변경 직후, KB손해보험은 조재호 사외이사를, KB증권은 양정원 사외이사를 각각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 변화를 통해 KB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까지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라는 ‘마지막 고리’를 채우게 됐다.
◆ 여전히 낮은 여성임원 비율은 과제
다만 한쪽에서는 진정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이사회 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실질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금융그룹이 직면해있는 가장 대표적 과제는 바로 여성임원의 비율 문제다.
2024년 기준 KB금융그룹 전체의 여성 임원 비중은 8.8%다. 우리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과 비교해서는 높지만 신한금융그룹(10.3%)보다는 낮은 수치다.
2024년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중이 8.1%라는 것을 살피면 낮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KB금융그룹은 여성임원의 비중을 2027년까지 20%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양종희 회장 역시 KB금융그룹의 신임 여성 리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인 ‘위스타 멘토링 프로그램’에 직접 참석해 “KB금융그룹 여성 리더들의 공감 능력이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지배구조, 양종희의 목표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ESG경영은 환경, 사회 측면에 집중돼있지만 최근 기업가치와 관련해 지배구조의 투명성 등을 중시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코스피 5000’ 공약의 핵심으로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을 꼽고 있기도 하다.
양종희 회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KB금융의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해 왔다. 양 회장은 2024년 11월 열린 주주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완성은 실행력에 달려 있다”라며 “밸류업 환경에 맞춰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관리 체계로 주주환원 정책을 충실히 이행해 주주의 신뢰를 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 회장이 직접 지배구조와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지만, 기업가치와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이 직결돼있다는 점에서 양 회장이 이야기한 ‘실행력’에는 지배구조 개선 계획의 완성도 포함되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양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를 실현하면서 KB금융지주 지배구조의 완성을 이끌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은 지배구조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움직임에 발맞춰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