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주택용뿐 아니라 산업용까지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전은 정부에서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부문에서는 높은 전기요금으로 국내 기업들이 전력 직접 구매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직구는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의 대규모 전기 사용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전력직구 경제성이 확보됐다”며 “3만㎸A이상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의 이탈은 한전 재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9.7% 인상되며 kWh당 185.5원로 확대됐다. 이로써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105.5원에 머무르다 75.8%(80원) 상승했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149.6원으로 과거와 달리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 요금보다 비싼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며 “주택용·일반용 요금 인상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차며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함에 따라 연간 8천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최근 전력 직구의 경제적 이점이 부각되면서 SK어드밴스드, LG화학 등 대기업이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시작해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력직구를 활용하면 기업들은 kWh(킬로와트시)당 30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천문학적 부채와 누적 적자 해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전에게 기업들의 이탈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한전의 2025년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전분기보다 0.7% 늘어난 206조8020억 원에 달한다. 2023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 1분기까지 줄곧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막대한 부채 영향으로 연간 4조 원 안팎의 이자 부담을 지면서 부채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과거 유가가 급등하던 시기 주택용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쌓인 누적적자도 1분기 기준 31조 원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여전히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물가 영향 및 민생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3분기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종전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요금의 주요 구성요소인데 동결되면 전기요금도 동결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한전은 전력 수요 성수기인 여름철 공적 역할 수행 측면에서 주택용 요금에서도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진행하며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두 달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1단계 누진 구간을 기존 200kWh에서 300kWh △2단계를 400kWh에서 450kWh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여름철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인 406kWh에 적용하면 약 1만8천 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2016년 이후 매년 반복돼 왔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 소매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여름철 전력구입비가 늘어나고 여기에 추가 할인 부담까지 더해져 한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천문학적 부채와 누적 적자를 겪는 한전의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발전소 인근 비수도권 지역 전기요금을 낮추고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은 인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업의 전기료 부담을 낮춰 한전 전력 사용을 유지하게 만드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7월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지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동일한 전기요금을 똑같이 계속 받겠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여건을 반영해 차등적으로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지방에 위치한 제철,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산업 공장은 생산원가 낮추는 등 이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 센터 역시 지역별 차등요금제 적용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택용의 경우에도 전력 자급률은 낮지만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따른 요금 인상이 재무 건전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력망 구축과 세부적 요금 구조 설계로 수요자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산업부에서 지역별가격제와 소매시장 차등요금제를 설계하고 있다”며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에 차등요금제를 동시에 적용할 지, 나눠서 적용할 지 여부 등은 산업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화된 사항이 없어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따른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요금 설계에 따라 지방에서 수요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요금 설계가 유리하게 마련될 경우 발전소의 지방 분산과 투자 증가로 이어져 전력망 구축 비용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경래 기자
한전은 정부에서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용과 주택용 등 전기요금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1일 한전에 따르면 산업용 부문에서는 높은 전기요금으로 국내 기업들이 전력 직접 구매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직구는 3만kVA(킬로볼트암페어) 이상의 대규모 전기 사용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한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전력직구 경제성이 확보됐다”며 “3만㎸A이상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의 이탈은 한전 재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9.7% 인상되며 kWh당 185.5원로 확대됐다. 이로써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105.5원에 머무르다 75.8%(80원) 상승했다.
반면 주택용 전기요금은 149.6원으로 과거와 달리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 요금보다 비싼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며 “주택용·일반용 요금 인상은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차며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한전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승함에 따라 연간 8천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최근 전력 직구의 경제적 이점이 부각되면서 SK어드밴스드, LG화학 등 대기업이 해당 제도를 활용하기 시작해 수익성이 악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전력직구를 활용하면 기업들은 kWh(킬로와트시)당 30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천문학적 부채와 누적 적자 해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한전에게 기업들의 이탈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한전의 2025년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전분기보다 0.7% 늘어난 206조8020억 원에 달한다. 2023년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지난 1분기까지 줄곧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막대한 부채 영향으로 연간 4조 원 안팎의 이자 부담을 지면서 부채 규모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과거 유가가 급등하던 시기 주택용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쌓인 누적적자도 1분기 기준 31조 원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는 여전히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에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물가 영향 및 민생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3분기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종전 그대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전기요금의 주요 구성요소인데 동결되면 전기요금도 동결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한전은 전력 수요 성수기인 여름철 공적 역할 수행 측면에서 주택용 요금에서도 여름철 누진제 완화를 진행하며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두 달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1단계 누진 구간을 기존 200kWh에서 300kWh △2단계를 400kWh에서 450kWh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를 여름철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인 406kWh에 적용하면 약 1만8천 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2016년 이후 매년 반복돼 왔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 소매요금이 동결된 상황에서 여름철 전력구입비가 늘어나고 여기에 추가 할인 부담까지 더해져 한전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천문학적 부채와 누적 적자를 겪는 한전의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거론되고 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발전소 인근 비수도권 지역 전기요금을 낮추고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은 인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업의 전기료 부담을 낮춰 한전 전력 사용을 유지하게 만드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 7월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사진은 최 회장(오른쪽)이 7월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모습. <대한상공회의소>
최 회장은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지도가 달라져야 한다”며 “동일한 전기요금을 똑같이 계속 받겠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다.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을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지역별 여건을 반영해 차등적으로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지방에 위치한 제철, 석유화학 등 전력 다소비 산업 공장은 생산원가 낮추는 등 이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 센터 역시 지역별 차등요금제 적용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택용의 경우에도 전력 자급률은 낮지만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따른 요금 인상이 재무 건전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력망 구축과 세부적 요금 구조 설계로 수요자들 사이에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산업부에서 지역별가격제와 소매시장 차등요금제를 설계하고 있다”며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에 차등요금제를 동시에 적용할 지, 나눠서 적용할 지 여부 등은 산업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용역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화된 사항이 없어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따른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요금 설계에 따라 지방에서 수요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관계자는 “요금 설계가 유리하게 마련될 경우 발전소의 지방 분산과 투자 증가로 이어져 전력망 구축 비용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