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미친 존재감' 전한길에 쩔쩔, 전당대회 잔치는커녕 '내란 수렁' 깊어진다

▲ 전한길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연단에 올라 주먹을 들고 있다. < JT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잔치는커녕 '전한길 당원' 문제로 큰 혼란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전당대회를 통해 새 출발하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전씨의 등장 탓에 탄핵 찬반으로 당이 쪼개질 듯 분열상만 커지고 있다. 강성 보수층의 결집으로 '내란의 수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8·22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보수 유튜버 전씨를 둘러싼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대구·경북(TK) 비전발표 합동 연설회에서 소란을 일으킨 전씨의 징계를 위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국민의힘의 8일 연설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전씨가 이날 합동 연설에서 이른바 '찬탄'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연호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등 소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통상 정당은 전당대회에서 정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컨벤션 효과'로 누리게 된다.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등 심기일전의 새출발 분위기도 연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극우 논란'으로 '잔치집'이 되어야 할 분위기가 '초상집'으로 바뀌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시 연설회에서 전씨에게 언론인 비표를 주며 기자석에 앉게 하고 현장에서는 특별하게 제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칫 이번 전당대회 자체가 '전한길의 늪'에 빠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자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전씨가 이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게 되면 오히려 전씨와 '반탄'(탄핵 반대) 후보를 중심으로 강성 보수 당원층이 더 결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강성 보수 세력은 탄핵 국면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똘똘 뭉친 적이 있다.

김 후보는 지난해 12월 국무위원들이 모두 기립해 계엄을 사과할 때 혼자 '꼿꼿'하게 사과를 거부해 처음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이 모습은 강성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충분했고 김 후보를 중심으로 당시 강성 보수 세력이 결집해 결국 대선 후보 자리까지 올랐다.

반탄 후보들은 전씨를 옹호하고 있는데 득표 전략의 일부로 보인다.

김 후보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당이 일부 인사에게만 경고 조치를 한 것은 명백히 미흡했다"며 "균형 잡힌 대응이 없다면 분란과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전날인 8일 밤 10시 전씨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전대를 기점으로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안철수 후보처럼 고약한 프레임으로 나까지 엮어 내부 총질을 하면서 전대를 치르려는 태도는 용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힘 '미친 존재감' 전한길에 쩔쩔, 전당대회 잔치는커녕 '내란 수렁' 깊어진다

▲ 전한길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찬탄 후보들은 전씨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전씨를 중심에 두고 양쪽 진영이 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전한길 등 극단 세력은 수렴청정하며 '당권 농단'을 자행할 것"이라며 "전한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전한길은 곧 '국민의힘 해산의 길'"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옹호론자들이 합동 연설회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각목만 안 들었지 지난 시절 민주당 전당대회에 침입한 '정치깡패 용팔이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전씨를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는 사이 김 후보와 장 후보는 '우향우' 행보를 통해 당대표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전당대회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 '윤어게인' 세력의 입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당헌·당규상 당대표 선거는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크게 반영된다. 국민의힘은 당심 80%와 민심 20%를 합산해 당대표를 결정한다. 이에 김 후보와 장 후보는 각각 전당대회에서 1위,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성 성향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된 상황도 역설적으로 반탄 대표 후보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 대표가 연일 국민의힘 정당 해산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맞설 당대표를 원하는 분위기가 당원들 사이에서 형성하고 있다. 강성 보수층이 결집할 환경이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마지막 변수는 '찬탄 후보 간 단일화'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이조차도 대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8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안철수, 조경태 두 분의 단일화 얘기를 조경태 의원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그런다고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다"며 "여전히 윤어게인 쪽이 더 많기 때문에 뭐 단일화를 해서 결선에 올라가더라도 결국은 이제 그쪽이 이기는 그림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안 후보가 단일화 거부 의사를 확고하게 밝히고 있다.

안 후보는 6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의 단일화를 두고 "적은 수의 사람들 끼리 단일화를 해서 숫자를 더 줄여버리면 개혁의 목소리가 더 작아진다"며 "저하고 조경태 의원이 생각하는 개혁의 방법론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