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가짜뉴스’ 문제 대응책 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월 국회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언론개혁을 꼽고 있다.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대가 예상되지만 정부여당의 의지가 강력해 이번에는 ‘일정한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내란사태 과정에서 가짜뉴스 문제의 심각함이 드러난 만큼 국민적 여론도 언론개혁에 우호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가짜뉴스' 대책 지시, 방송3법 넘어 언론중재법 '새 전선' 열리나

▲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 흐름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3대 개혁(검찰·언론·사법)의 본격적 추진에 나서면서 '언론개혁'으로 첫 포문을 열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전날인 5일 본회의를 열어 민주당 주도로 방송3법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더 강한 민주당'을 내세운 정청래 대표 체제 아래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1호 법안'으로 기록됐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방송3법 가운데 남아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공언하고 있다. 

방송3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뼈대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 거부권의 벽에 막혀 번번히 좌절됐던 법안이다. 

여권의 언론 개혁은 여기에 그치지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짜뉴스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6월19일 제26차 국무회의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뿌리는 유튜버들을 어떻게 할지 법무부에서 검토해 보라"며 "형사처벌을 하게 되면 검찰권 남용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일 좋은 것은 징벌 배상"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일부 유튜버들의 가짜뉴스 문제를 짚은 것은 내란 사태 전개 과정에서 이들이 보여준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국민의힘 강성지지층은 부정선거론 등을 내세우며 '내란 진압'에 반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 연수원에 중국인 99명이 체포돼 미국기지로 이송됐다는 명백한 가짜뉴스도 퍼졌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이면에도 가짜뉴스 일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가짜뉴스' 대책 지시, 방송3법 넘어 언론중재법 '새 전선' 열리나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투게더포럼이 주최한 시국토론회에 참석해 보수 유투버 전한길씨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예전에도 가짜뉴스 대응책을 내놓은 바 있다.

정청래 당대표 본인이 2021년 21대 국회와 2024년 22대 국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핵심 내용으로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민주당은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6·17 부동산 대책, n번방 명단 관련 다수의 가짜뉴스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2021년 발의된 언론중재법 '1차 개정안'은 △손해액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언론중재위원회 구성 강화 △정정보도 제도 개선 △기사열람차단권 도입 등을 핵심 내용으로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시 '언론재갈법'이라는 비판 아래 보수 진영과 언론계의 반대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됐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1년 8월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목적은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해 정권 비판 보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계의 반대가 민주당에 뼈아팠다.  

한국기자협회를 포함한 7개 언론단체는 이 법안을 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악의적인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철회를 공개 요구햇다. 국제기자연맹도 2021년 8월21일 한국기자협회에 보낸 성명에서 "국제기자연맹(IFJ)과 한국기자협회(JAK)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이 법안의 폐지를 요구하며 8월25일 본회의에서 부결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2차 개정안'은 내용을 대폭 완화해 △손해액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정정보도 제도 개선 등을 담았다. 그러나 역시 같은 반대에 부딪혀 폐기됐다.

1차, 2차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의 주체를 기존 언론에 한정하고 있다. 이에 변화한 시대에서 가짜뉴스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뉴스의 최대 유통경로가 유튜브로 옮겼을 뿐 아니라 이른바 '극우·극좌 유튜버'가 가짜뉴스의 최대 생산자도 꼽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허위 사실) 유포에 대응책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은 2월1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유튜브 등에 의한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최대 10억 원까지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지난 언론개혁 시도가 실패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일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적 여론이 커진 데다 언론계도 '자율적 정화'를 앞세워 반대만 할 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실정치 지형이 크게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력에 범여권이 180석 안팎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도 방향을 달리고하고 있지만 '가짜뉴스 처벌'에 찬성하고 나섰다.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4일 “악의적으로 타인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하는 가짜뉴스는 마땅히 강력 처벌받아야 하지만 그 기준은 반드시 명확하고 객관적인 매뉴얼에 따라야 한다”며 “정작 가짜는 (이 대통령) 본인”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5일 ‘가짜뉴스 유튜버 징벌, 김어준부터 적용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대통령이 정말 유튜버들의 가짜 뉴스 장사를 근절할 생각이 있어서 김어준 씨에게 관련 제도를 우선 적용하면 모든 극단 유튜버들에게 강력한 경고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기회에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맞추면서도 언론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는 언론중재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그동안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언론의 범주에 포함하지 못하면서 '구식 언론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보통신망법으로 뉴미디어를 규제한다면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장인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언론중재위가 6월13일 주최한 '언론중재법 제정,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의 방송은 전통적인 언론보도 매체에서 그대로 인용해 보도할 정도로 파급력도 상당하기에 허위 사실 또는 명예훼손적 내용의 방송으로 인한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며 "이들 역시 언론중재법에 의한 조정·중재 대상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