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상법안에 노란봉투법안 및 법인세 인상', 관세 압박과 함께 국내 투자 공백 커지는 우려

▲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2025년 7월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가 열린 소회의실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여야 의원들에게 '온전한 노조법 2ㆍ3조(노란봉투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더 센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안(노조법 2·3조 개정안), 법인세 인상 등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15% 상호관세가 8월7일부터 부과되는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각종 국내 규제가 강화된다면,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4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더 센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 법인세 인상 등 기업의 경영 활동과 관련된 법안들이 잇달아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기업들의 국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4일 오후 2시 본회의에서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를 준비해 맞서겠다고 예고하자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처리는 6일부터 시작하는 8월 임시국회로 미루기로 했다.

다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상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농안법 등 (앞으로 있을)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들은 국민의 삶을 지킬 안전장치”라며 개정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용자 범위를 넓혀 하청 노동자에 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정당한 파업을 한 노조나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1명→2명)가 주요 내용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뼈대로 한 1차 상법 개정보다 규제가 더 강화돼 ‘더 센 상법 개정안’으로 불린다.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2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동시에 도입된다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된다”며 “헤지펀드와 소액주주연대가 결합하는 경우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개정안을 두고 “하청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산업생태계 붕괴와 함께 일자리 감소 등 우리 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사항까지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이 된다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 센 상법안에 노란봉투법안 및 법인세 인상', 관세 압박과 함께 국내 투자 공백 커지는 우려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025년 7월31일 서울 마포구 경총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제정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지난 7월31일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고세율은 기존 24%에서 25%로 오른다.

8월7일부터 미국의 15%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자국우선주의, 보역무역주의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한국 정부는 국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대미 관세협상 조건으로 한국이 미국에 향후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한 만큼, 조선·자동차·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의 국내 투자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경협이 최근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하반기 투자 계획 조사 결과, ‘상반기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78.4%였으며 ‘투자를 줄이겠다’는 기업은 13.3%, ‘상반기보다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8.3%였다.

학계에서도 노조법 2·3조 개정안 등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상법개정안은 규모가 큰 상장 회사들의 문제이지만, 노란봉투법은 중소기업 경영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년이나 내후년에 순차적으로 추진하면서 완급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기업을 압박한다면 더 이상 못 버티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나가려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 교수는 “노란봉투법에 상법개정안, 법인세 인상까지 동시에 진행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기업에게 절망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상법 개정이나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으로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것은 기업과 지배주주를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된 이야기”라며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기업 이사진이 중장기적으로 주주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에도 재정 정책을 써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며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는 것인 만큼, 재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업 이익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