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해 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현대산업개발은 11일부터 4월11일까지 3달 동안 924억 원을 들여 자사주 200만 주를 사들인다. 전체 발행주식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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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
현대산업개발은 10일 이사회에서 이런 내용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자기주식을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2006년 9월 이후 10년 4개월 만이다.
증권업계는 정몽규 회장이 현대산업개발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도 동시에 깔려있다고 파악하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의 초석을 다질 수 있고 지배구조 변화에 대비해 여러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인적분할을 할 경우 사업회사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으로 부활하는 점을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야당은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들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 현대산업개발이 입법에 앞서 먼저 지주사체제로 재편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순 기준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13.36%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도 18.57%에 그친다. 통상 기업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최소 지분율을 30%로 보고 있는데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되고 지주회사가 계열사인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인적분할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간 주식교환을 통해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해 자사주 매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아이콘트롤스는 정 회장이 3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계열사다.
이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9% 이상 매입하고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3.38%를 보유한 아이콘트롤스와 합병한 뒤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되면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의 지배력을 30% 이상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지배구조개편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야당이 상법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지배구조개편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개편 시나리오가 단기에 현실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사를 고려하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