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콜마비앤에이치가 선제적으로 실적을 발표하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콜마비앤에이치>
표면적으로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보이지만 시점이 절묘하다. 업계에서는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의 이례적 행보가 단순한 경영 메시지를 넘어 내부 권력 구도와 얽혀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빠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18일 콜마비앤에이치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빠르게 공개했다. 올해 2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 1287억 원, 영업이익 105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7.0% 증가한 수치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번 실적을 바탕으로 연간 목표 달성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해 연결기준 매출 6350억 원, 영업이익 32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번 실적이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실적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임을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선제적 실적 공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6월에도 4~5월 실적을 따로 보도자료로 배포하며 이례적인 소통 행보에 나섰다. 당시 콜바미앤에이치는 4월과 5월 두 달 만에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두 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잇따른 잠정 실적 공개를 두고 윤여원 대표의 ‘기선 제압’ 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콜마그룹 내부에서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대표 간 경영권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감지되는 가운데, 윤 대표가 실적을 앞세워 존재감을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행보는 콜마비앤에이치의 기존 관행과는 결이 다르다.
그동안 콜마비앤에이치는 실적 발표에 있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기보고서를 통한 공시 외에는 선제적으로 별도 실적 자료를 배포한 사례가 없었다. 통상적으로는 감사보고서가 확정된 이후에야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실적 흐름이 안정된 만큼 이를 먼저 공개해 현 경영진의 성과를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실적 홍보를 넘어, 주주 신뢰 확보와 리더십 정당성까지 동시에 노린 ‘이중 메시지’인 셈이다.
다만 이런 선제적 실적 공개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분기마다 잠정 실적을 정례적으로 공개한다면 윤여원 대표의 책임 경영 의지를 강조할 수 있지만 성과에 대한 기대치도 함께 높아진다.
공개한 수치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더구나 실적을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을 ‘무기’로 삼은 이상, 숫자 하나하나가 리더십의 신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잇단 실적 공개가 자칫 콜마홀딩스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룹 내 민감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메시지는 되레 더 심한 견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5월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달성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156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세종 제3공장 준공을 통한 연간 7천억 원 대 생산능력 확보 등의 양적 성장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윤여원 대표는 “콜마비앤에이치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지주사의 경영진 교체 요구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콜마홀딩스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보도자료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의 수익성 악화와 주가 하락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매출만 강조하는 행위는 시장과 주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자료에는 구체적인 수치도 담겼다. 콜마홀딩스는 최근 5년 사이 콜마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이 70%이상 급감한데다 시가총액도 80% 가까이 하락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콜마비앤에이치의 시장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실적 공방이 주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적 발표가 경영 성과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부 권력 싸움의 일환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 안정성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수익성과 시가총액이 하락한 상황에서 매출 증가만을 앞세운 전략은 ‘실속보다 포장에 집중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과 본질적 가치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 이후 4월부터 실적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이에 대한 자신감을 주주들에게 전달하고자 월별 실적을 공시했다”며 “4~6월 실적이 모두 공개된 만큼 별도기준의 분기 및 반기 실적도 안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