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단종사태를 극복하고 스마트폰사업 실적을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수익성을 마련할 기반을 찾은 만큼 올해 갤럭시A와 J시리즈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실적에도 본격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회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출시를 앞둔 갤럭시S8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여력도 충분히 확보해 기대를 품게 한다.
◆ 스마트폰 영업이익 빠르게 정상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6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갤럭시노트7 사태로 영업이익에 받은 타격이 대폭 만회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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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CES2017에 참석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9조2천억 원을 냈다. 3년 만의 최대실적인데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영업이익도 2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돼 기여했다.
IM부문은 지난해 3분기 갤럭시노트7의 리콜과 단종으로 영업이익이 1천억 원에 그치며 고전했는데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궤도에 올랐다.
동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IM부문 영업이익은 2015년보다 소폭 늘어난 10조5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최악의 국면을 맞았지만 영업이익이 오히려 늘어났다.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가 높은 완성도로 지속적인 흥행을 보여 갤럭시노트7의 대체수요를 이끈데다 중저가 스마트폰도 수익성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실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과거에 전체 영업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품사업의 특성상 경쟁과 업황변동에 민감하고 스마트폰사업이 뚜렷한 입지를 확보해야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처도 마련할 수 있는만큼 외형성장을 위해 핵심적인 사업부문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과 스마트카 등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신사업분야 진출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는 점도 스마트폰사업의 회복이 절실한 이유로 지목됐다.
고동진 사장이 이런 상황에서 실적을 방어해 체면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의 단종 뒤 고가의 갤럭시S7엣지 마케팅에 집중하며 출시모델을 확대하는 등 수요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원가절감에도 주력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에 큰 상처를 안겼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고 사장의 전략이 재평가받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때 스마트폰사업의 수장이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고 사장의 유임도 잠정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CES2017’에 참석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 원인을 이른 시일 안에 직접 나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갤럭시S8과 중저가 제품으로 쌍끌이
하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근본적 회복은 고 사장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다.
블룸버그는 “갤럭시노트7 사태로 추락한 삼성전자의 브랜드이미지와 스마트폰사업의 경쟁력 증명을 위해 갤럭시S8의 성과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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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A'시리즈 2017년형 신모델. |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부품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50조 원 이상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스마트폰사업의 회복을 전제로 한다.
갤럭시S8의 출시가 이전작보다 한달 이상 늦은 4월 말로 잠정결정됐는데 LG전자 G6 등 경쟁 스마트폰이 먼저 출시돼 삼성전자가 불리한 상황을 맞은 만큼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도 갤럭시S7의 판매와 중저가 스마트폰의 흥행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여력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는 단종되기 전 초반에 돌풍을 낳았는데 웨어러블기기 ‘기어핏2’와 가상현실기기 ‘기어VR’등 30만 원 상당의 사은품을 제공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 갤럭시S8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CES2017에서 최초로 공개된 갤럭시A 시리즈 신제품 역시 고성능 카메라와 방수기능 등을 탑재하며 경쟁업체의 중저가제품과 완전한 차별화에 성공해 수요를 대거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받고 있다.
갤럭시J 시리즈 신제품 역시 수익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디자인과 성능개선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과 판매량을 확대하는 데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8과 중저가 스마트폰이 모두 실적에 본격적으로 기여할 경우 IM부문은 지난해 2분기 갤럭시S7의 흥행으로 올린 4조 원대 영업이익을 올해 2분기부터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갤럭시S8은 인공지능과 베젤리스 디자인 등을 적용해 소비자들에 주목받으며 흥행할 것”이라며 “갤럭시노트7의 타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3~4분기에 접는 형태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다. 확실한 하드웨어 우위를 증명할 경우 추가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