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역대 가장 '강력한 회장'으로 자리잡나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뉴시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올해로 임기 3년차를 맞았다. 임기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아 역대 KB금융 회장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 지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탄핵정국과 조기대선, 글로벌 금융투자시장 변화 등과 맞물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윤 회장이 ‘리딩금융그룹’ 탈환과 은행장 겸직을 통한 한층 더 강력한 지배력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해 이를 바탕으로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 윤종규, 강력한 지배구조 구축에 심혈

KB금융지주는 6일 KB손해보험과 케이비캐피탈의 100% 완전자회사 전환추진과 관련해 "경영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지분인수 등을 검토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KB손해보험의 지분율은 33.32%다. 금융 전문가들은 KB금융지주가 주식교환 방식으로 KB손해보험의 지분 100%를 사들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금융이 두 회사를 완전 자회사로 삼으면 올해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금융지주를 제칠 수 있다.

KB금융은 현재 자회사 12곳을 거느린 거대 공룡 금융지주사다.

윤 회장은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동시에 맡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회장과 행장을 겸직하는 사람은 윤 회장이 유일하다.

윤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더욱 강력하게 구축했다.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계열사 사장 7명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작은 KB자산운용과 KB데이타시스템, KB신용정보 3곳의 사장만 새로 선임하고 나머지 4명은 유임시켰다.

윤 회장이 취임한 뒤 임명한 김옥찬 KB금융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윤웅원 KB카드 대표 등 주요 계열사의 사장들은 모두 연임됐다. 윤 회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졌음을 보여준다.

새로 선임된 사장 3명 가운데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는 윤 회장이 국민은행 부행장이었던 때부터 친분이 있던 측근인사이기도 하다.

윤 회장이 KB금융 이사회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점도 강력한 지배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 6명은 윤 회장의 취임 직후인 2015년 초 뽑힌 뒤 지난해 3월 전원이 재선임됐다. 사실상 윤 회장과 임기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KB금융 이사회는 다른 금융지주 이사회보다 권한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임 KB금융 회장들은 대규모 인수전에서 이사회의 반대로 쓴잔을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윤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이사회의 지지에 힘입어 예상되던 가격보다 훨씬 비싼 1조2500억 원을 베팅해 승리할 수 있었다.

윤 회장은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KB금융의 비은행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대규모 인수를 추진해온 셈이다.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자회사 추진도 이런 힘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순이익이 짭짤한 ‘알짜’인 만큼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그 실적이 고스란히 지주회사로 반영될 수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법인인 KB증권의 출범을 계기로 지주사와 은행, 증권의 3사 겸직을 시작하는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 긴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KB금융만의 시너지 창출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비은행부문의 덩치를 키워 금융지주 가운데 1등인 신한금융을 바짝 추격한 데 이어 올해도 비은행사업을 더욱 확대해 신한금융과 경쟁에서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굳히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 윤종규, 탄핵정국에서 ‘강한 회장’ 굳히나

윤 회장은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된다. 앞으로 임기가 10개월 이상 남은 상태지만 KB금융지주 안팎에서 벌써부터 연임이 유력할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KB금융은 윤 회장의 체제에 들어와 비교적 지배구조가 안정됐다. KB금융은 과거 정책금융기관이었던 태생적 한계 때문에 회장이 전원 외부에서 영입됐다. 또 사업비중이나 위상에서 막강한 국민은행장 역시 외부에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윤종규, KB금융 역대 가장 '강력한 회장'으로 자리잡나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이 때문에 지주 회장과 행장 사이에 갈등도 적지 않았다. 2014년 KB사태가 대표적이다. 윤 회장이 현재까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할 수 있는 배경도 당시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의 심각한 내홍으로 KB금융이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이 착실히 지배구조를 다져왔지만 국민은행장을 언제까지 겸직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은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11월쯤 회장과 행장의 분리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올해 말 연임에 도전하는데 현재 여건은 나쁘지 않다.

KB금융은 지난해에 순이익 2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2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두게 된다.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는 등 몸집불리기 성과도 긍정적이다.

KB금융은 외부출신 수장이 영입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윤 회장의 연임도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윤 회장이 내부출신이라는 점에서 역대 회장들 가운데 외부 정치세력의 입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윤 회장이 KB금융에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연임에도 성공한다면 더욱 강력한 지배력을 구축해 다음 임기를 맞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은 윤 회장이 취임한 뒤에도 ‘낙하산 인사' 등 정치권의 외풍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가 1년여 넘게 비어있는 점을 놓고도 윤 회장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은행 상임감사는 전통적으로 금융감독원 등 관료출신이 임명됐다.

KB금융 사외이사 6명은 윤 회장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탄핵정국으로 새 사외이사 선임과정에 외압이 덜할 가능성이 높다. 윤 회장의 의중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 친정체제 구축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3분기 금융지주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점도 윤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힘을 실어줄 요인이다. 금융지주사와 계열사 간 임직원의 겸직에 필요한 사전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다.

윤 회장은 올해를 ‘그룹 시너지 극대화 원년’으로 꼽고 있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순이익을 끌어올리고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회복하는 데 성공할 경우 윤 회장은 KB금융 역사상 가장 강력한 회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