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이한준 토지주택공사 고질병 내부통제 및 부채비율과 씨름, 3기 신도시 품질로 평가받는다

▲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LH본사에서 열린 'LH 종합사항 점검회의'에 함께 들어서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그동안 내부통제 강화와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 

토지주택공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비리 문제와 200%를 웃도는 부채비율로 지적을 받아왔다.

이 사장은 취임한 뒤 “공공기관의 도덕성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내부통제 기준 강화에 발맞춰 조직 내부의 자정노력을 해왔다. 재무제표를 개선해 경영평가 등급도 2년 연속 끌어올렸다. 

이 사장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줬지만, 토지주택공사가 온전히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변화가 절실한 지점이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계속되는 부패문제, 국민의 신뢰 회복할 방법은?

2024년 연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엄중조치와 징계처분이 필요한 비위행위가 105건으로 2023년보다 45건이 더 늘었다. 

내부통제가 강화됐지만 임직원 비리는 여전한 셈이다. 내부의 부패 문제는 2023년에도 주목을 받았다. 

전 직원이 공공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 과정에서 보상대상자에게 강제집행을 미뤄주겠다며 뇌물을 요구한 혐의가 드러나서다. 

2023년 기소된 A씨는 최근 집행유예 2년과 벌금 800만 원,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실공사 논란도 일어났다. 토지주택공사가 지은 인천 검단 임대주택의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데 이어 무량판 구조 공공주택에 철근이 빠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철근누락 사태 책임자를 찾는 과정에서 ‘퇴직 임원 일감 몰아주기’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토지주택공사는 2021년부터 청렴이 핵심과제로 불거졌다. 2021년 3월 직원들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주택 사업 지구에 집단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직자 투기 논란은 이 사건을 계기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며 정치권 핵심이슈로 자리했다.  일부 직원들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투기가 법적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런 연이은 사건들이 ‘내부통제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부통제는 행정관료가 갖는 재량권의 일탈을 방지하고 행정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을 한다.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행정관료가 공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어서다.

김학환 한국부동산경영학회 명예회장은 씨저널과 통화에서 “토지주택공사는 앞선 문제들로 내부통제가 한차례 강화됐지만 여전히 전관예우식 밀어주기가 작용하고 있다”며 “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하는 주택공급은 토지주택공사의 특권을 높일 우려가 있어 사기업과의 역할분담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이한준의 해결법 탐구, 국민의 신뢰 되찾을 수 있을까

국토부는 앞서 불거진 사건들로 토지주택공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주요내용은 공공주택 사업에서 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을 덜어내 독점적 권한 남용을 막자는 것이었다.

우선 토지주택공사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시행했던 공공주택사업 권한을 민간 건설사에도 나눴다. 민간 건설사는 토지주택공사를 끼지 않고 단독으로 사업을 주관할 수 있게 됐다.

토지주택공사의 업체 선정이나 감독 권한도 다른 국가기관에 넘어갔다. 설계와 시공 등의 업체 선정은 조달청이, 감리업체 선정과 감독은 국토안전관리원이 하게 됐다. 

공공주택 건설 과정에서 안전항목을 위반할 때 해당 업체의 수주를 제한하는 제도와 토지주택공사 출신 사업자와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이한준 사장도 자체적 내부 자정 노력을 시작했다. 이 사장은 직속 기구로 ‘국민주거혁신실’을 만들고 임대주택 품질 점검과 통제에 나섰다. 

이 사장은 직접 신도시 건설 현장을 방문해 안전과 품질을 점검하기도 했다. 

취임 첫 행보로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 착공식에 참석해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최근까지도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주요 건설 현장을 찾아 현장을 살폈다.
  
이 사장은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취임한 뒤 15개월 동안 전국을 누비며 6만2천km 이상을 달렸다”며 “토지주택공사는 공적 역할과 품질제고의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2023년 조직 재정비를 위한 인사개편에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외부전문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때부터 1급과 2급 승진후보자들은 ‘부동산 청렴도 검증위원회 심의’를 거쳐야만 진급할 수 있게 됐다.

감사실장과 선교통계획처장은 개방형 직위로 두어 공개모집과 선발 과정을 거쳐 전문가를 선임했다. 나머지 8개 부서의 장은 내부 임직원이 인정하는 인물을 공모 받아 선발했다. 

직원 징계기준도 강화했다. 부동산 투기의심 사건의 조사대상은 임직원 본인에서 배우자·부모·형제·자녀까지, 조사범위는 사업지를 포함한 주변지역까지 넓혔다. 
 
토지주택공사 출신과의 공공사업 계약도 5년 동안 금지됐다.   

이 대표는 토지주택공사의 재무건전성도 높였다. 2022년 부채비율 200%를 넘겨 기재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에 지정됐지만, 이때부터 2년 연속 부채비율을 낮췄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5조5722억 원, 영업이익 3404억 원, 당기순이익 7608억 원으로 2023년보다 각각 12.2%, 679.5%, 47.5% 늘었다. 

토지주택공사는 재무제표 개선의 노력으로 올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양호)을 받았다. 이 대표가 재임 중이던 지난해부터 경영평가 등급은 매년 한 단계씩 상승했다.

이은정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임대주택 분양이 시작되고 공공주택 준공 물량이 늘어 실적이 개선됐다”며 “정부의 정책 실행기관으로 정부지원 가능성이 높아 재무융통성은 우수하다고 판단된다”고 바라봤다.

토지주택공사는 최근 정부 기조에 따라 3기 신도시 건설을 앞당기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속도만큼 주택 품질도 끌어 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로 남아있다. 

정부의 속도를 따라가다가 재무 악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사업을 마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또 한 번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학환 한국부동산경영학회 명예회장은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토지주택공사 부채수준이 높아질수록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꾸게 된다”며 “토지주택공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주택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부채에 대비한 로드맵을 짜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