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E&A가 지난해 채워둔 화공 수주곳간을 토대로 하반기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관계사 투자 확대 기대감에 부진했던 비화공 부문에서 회복 기미도 보인다.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은 사업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는 만큼 그동안 강조한 신사업 '에너지전환' 추진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E&A 화공 좋고 관계사발 비화공 기대감도, 남궁홍 신사업 에너지전환 토대 탄탄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에너지전환 신사업의 추진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3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E&A는 2분기 실적이 후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E&A 2분기 연결 매출은 2조2953억 원, 영업이익은 1637억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4.56%와 37.64%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삼성E&A의 향후 사업 전망이 밝다고 시각이 많다. 한화투자증권을 포함해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등은 삼성E&A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목표주가 상향의 주된 요인으로는 삼성E&A가 지난해와 올해 초 수주한 여러 조 단위 화공 프로젝트가 하반기에 매출로 인식되는 점이 꼽힌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 플랜트(수주총액 8조9천억 원) 매출 본격화가 예상되며 말레이시아 지속가능항공유(SAF, 1조4천억 원)와 아랍에미리트 타지즈 메탄올 프로젝트(2조5천억 원)의 매출화도 뒤따를 것이다”며 “하반기부터 화공 부문 매출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삼성E&A가 지난해 해외에서만 123억9860달러(약 16조7292억 원)어치 공사를 따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공 부문 매출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인 셈이다.

다만 최근에는 화공 부문에 더해 그동안 실적 후퇴 원인으로 지목된 비화공 부문을 둔 기대감도 부푸는 모양새다. 삼성E&A 사업 부문은 크게 플랜트 중심 '화공'과 삼성전자 등 관계사 설비를 짓는 '비화공'으로 나뉘며 이 가운데 비화공 부문 매출 비중은 통상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 5공장 건립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삼성E&A의 비화공부문 실적 확대를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시장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의 배경으로 꼽혔다.

또 다른 관계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 강화 시나리오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4월 5공장을 준공한 뒤 하반기에 6공장 공사를 발주할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수주가 확대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1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사상 최대 매출을 낸 지난해 호조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 여유는 충분하다.

더구나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6공장 준공 목표를 2027년으로 제시한 만큼 공사기간을 고려하면 올해는 발주와 착공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월 준공된 5공장은 2023년 4월 착공해 기존 35개월 대비 11개월 단축된 24개월 만에 지어졌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언론에서 삼성전자 P4 재개 가능성이 언급됐다”며 “삼성E&A는 관계사가 요청만 하면 2주 안에 투입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으며 실제 발주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나오면 매출 추정치 상향이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그동안 제기되던 실적 불확실성이 걷히는 만큼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해 온 신사업 에너지전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공급을 화석 연료 같은 지속불가능한 방식에서 재생에너지를 쓰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삼성E&A 화공 좋고 관계사발 비화공 기대감도, 남궁홍 신사업 에너지전환 토대 탄탄

▲ 삼성E&A는 남궁 사장 체제 아래서 에너지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삼성E&A가 연 '삼성E&A 테크포럼 모습. < 삼성E&A >


남궁 사장은 취임 뒤 에너지전환을 신사업으로 강조했고 올해 초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지속가능항공유(SAF) 친환경 플랜트 계약을 수주하며 첫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수소기업 지분을 사들인 뒤 그린수소 솔루션을 발표해 시장에 본격 발을 들이기도 했다.

삼성E&A가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저탄소 산업 전환’은 처음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안전보건 강화’ 등과 함께 환경·사회나 재무에서 가장 영향이 큰 이슈로 제시됐다.

삼성E&A가 추진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멕시코 메탄올 공장 프로젝트다.

멕시코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삼성E&A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최근 멕시코 시날로아주 아홈에 메탄올 플랜트 건설을 두고 협업을 결정했다. 전체 4조 원 규모 사업으로 2025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본계약과 착공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서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만큼 해외시장에서 통상 펼치는 경쟁입찰 등과는 달라 계약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계약으로 이어지면 삼성E&A가 에너지전환 뿐 아니라 ‘텃밭’ 중동이 아닌 멕시코에서 수주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삼성E&A는 2020년 단일 프로젝트로는 창사 이래 최대인 4조5천억 원 규모 도스보카스 프로젝트(DBNR, Dos Bocas New Reifnery project)를 수주한 뒤 멕시코시장에서는 성과가 없었다.

남궁 사장은 멕시코 협업 결정 뒤 개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에너지 전환 시대에 삼성E&A의 청정에너지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주요 고객국 멕시코를 친환경 메탄올 허브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삼성E&A가 글로벌 클린 메탄올 시장을 이끌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