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는 유용한 콘텐츠 제작 도구", CJENM이 그리는 미래 살펴보니

▲ 신근섭 CJENM 전략기획담당(왼쪽)과 백현정 CJENM AI사업추진팀장이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ENM센터에서 열린 ‘CJENM 컬처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 CJENM >

[비즈니스포스트] “AI(인공지능)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다양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CJENM은 이를 선도해 좋은 콘텐츠를 발굴, 생산하고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는 선진화된 구조를 만들려고 한다.”

30일 서울 마포구 암동 CJENM센터에서 열린 ‘CJENM  컬처토크’ 행사에서 백현정 CJENM AI사업추진팀장이 CJENM과 AI를 놓고 꺼낸 말이다.

전 세계의 화두로 AI가 떠오르면서 미디어콘텐츠 업계도 격변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2025에서 글로벌 콘텐츠기업인 폭스엔터테인먼트그룹 경영진 역시 AI와 콘텐츠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당시 페르난도 슈제 폭스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총괄은 ‘생산적 사고를 위한 AI’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사람들을 내보낼 생각은 하지 않지만 미래를 탐색하는 공동 파일럿으로서 많은 시간과 회의를 통해 AI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앞으로 무엇이 나올지 등을 업계의 다양한 측면에서 배우는 생산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JENM 역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유수의 콘텐츠기업과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현재 마주하고 있는 기술의 진보와 사업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CJENM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CJENM이 이를 위해 그려놓은 목표는 명확하다. 상황에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서둘러 개발해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CJENM은 이를 위해 2대 목표를 세웠다. AI 기반 콘텐츠 제작 구조를 선진화하고 AI 콘텐츠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은 추진 전략은 모두 4가지다. 기획과 제작, 유통·마케팅, 신규 콘텐츠 등 4가지 분야에 가장 적합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백현정 팀장은 CJENM이 주력하고 있는 대표 AI 기술로 ‘AI스크립트’와 ‘시네마틱AI’를 꼽았다. AI스크립트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단계에서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고 시네마틱AI는 AI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솔루션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AI스크립트는 CJENM이 쌓아온 콘텐츠 노하우와 시장 데이터에 기반해 대중에게 가장 잘 통할만한 재료를 선별한다. 이 판단에는 내용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 트렌드적 가치 등이 다양하게 고려되는데 AI가 이를 수행한다.

AI는 단순히 재료 발굴에만 그치지 않고 소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장르와 타깃 미디어 등을 추천한다. 예컨대 ‘홍길동’과 관련된 재료를 발굴했다면 이를 ‘액션’ 장르의 ‘드라마’로 만들어야 한다거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것을 AI가 추천하는 셈이다.

AI스크립트가 이른바 ‘장보기’를 도와주는 기술에 해당한다면 시네마틱AI ‘요리하기’를 돕는 도구다.

콘텐츠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캐릭터 이미지와 비디오, 사운드, 보이스 등이 모두 어우러진 종합예술이 바로 콘텐츠다.

과거에는 이 요소들을 담당하는 인력이 별도로 몇 명씩 배치돼야 했다. 모든 작업을 총괄하는 크리에이터는 각 팀장들에게 역할을 배분한 뒤 다시 결과물을 이리저리 재배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콘텐츠 하나를 세상에 선보였다.

하지만 시네마틱AI가 있으면 일이 수월해진다. 적합한 배경이 무엇인지, 이 장면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등을 시네마틱AI가 도와주기 때문이다.

7월 초부터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차례대로 공개할 AI 숏폼 애니메이션 ‘캣 비기’도 이렇게 탄생했다. 통상 기획·개발 기간을 포함하면 20~30명의 인원이 최소 1년 이상 만들어야 하지만 CJENM은 단 6명의 크리에이터로 5달 만에 작품을 만들었다.

AI를 접목해 콘텐츠를 ‘뚝딱’ 뽑았다고 봐도 무방한 속도다.

백 팀장은 “AI스크립트와 시네마틱AI 등 2가지 기술은 국내외 기술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이며 CJENM의 자체 경쟁력으로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와 콘텐츠가 단순히 결합한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개입돼야 고품질의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인데 CJENM은 이를 위해 AI사업추진팀 산하에 전문 크리에이터그룹을 두고 육성하고 있다.

AI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AI 콘텐트디렉터, AI 콘텐츠 제작 기술을 만드는 AI 테크디렉터, AI 콘텐츠 제작으로 사업화를 하는 AI 비즈디렉터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그룹은 현재 CJENM에서 30명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현장] "AI는 유용한 콘텐츠 제작 도구", CJENM이 그리는 미래 살펴보니

▲ CJENM이 7월부터 유튜브에서 차례대로 공개하는 숏폼 애니메이션 ‘캣 비기’ 스틸이미지. AI 기술을 활용해 투입 인력과 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 CJENM >

CEJNM이 AI를 활용하거나 접목해 콘텐츠를 만들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범람하는 AI 영상 시대에 CJENM의 시도가 오히려 관객들에게 소외받지는 않을까.

백 팀장은 AI를 콘텐츠 제작 도구의 하나라는 관점에서 보는 방식을 추천했다.

백 팀장은 “과거를 떠올리면 포토샵으로 사진을 편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쟁점이 있었고 3D 그래픽 기술이 나왔을 때도 어마어마한 쟁점이 있었다”며 “AI 기술로 콘텐츠 제작 환경이 더 진보되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될 것 같고 CJENM은 대두되는 AI 기술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콘텐츠 제작 과정에 흡수함으로서 궁극적인 IP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을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CJENM은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환경이 안착하면 콘텐츠 생태계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나 한류가 각광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콘텐츠 제작만 보자면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작비용 등이 대작 규모로 커지다 보니 연간 제작되는 콘텐츠가 매우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 여러 데이터에서 나타난다.

백 팀장은 “잠재돼 있는 수많은 신인 크리에이터부터 신인 작가, 입봉을 꿈꾸는 신인 감독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는데 그들이 기회를 부여받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 안타깝다”며 “AI 기술 접목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신인 분들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가 좋더라도 SF,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아 실제 콘텐츠로 만들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AI라는 도구로 구현할 수 있으리라는 것도 CJENM이 기대하고 있는 긍정적 효과 중 하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