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을 매혹했을까. 아시아 금융신흥국인 그곳에서, 묵묵히 K금융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이들을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났다.  

-인도 글 싣는 순서
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② 신한은행 인도 본부장 김근호 “국내 은행 중 현지 업력 최고, 제휴 전략으로 성장 이어간다”
③ 우리은행 인도 본부장 이필복 “기업고객 중 현지 비중 절반 넘겨, 사업 다각화 추진한다”
④ 인도 미래에셋증권 CSO “쉐어칸 품고 미래에셋증권 현지 톱텐, 인도 증시는 방산주 주목”
⑤ 인도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 헤드 “우리 전략의 핵심은 ‘간결함’, 쉐어칸은 오프라인 시너지 가져다 줄 것”
⑥ ‘니프티50의 그 곳’, 아시아 최대 증권거래소 NSE 탐방기


- 프롤로그 기사 보기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K금융 신흥국을 가다 인도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뭄바이 시내 전경. 노후된 판자촌이 점차 새 건물로 탈바꿈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뭄바이(인도)=비즈니스포스트] “그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기원전 325년경,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를 넘어 인도 북부까지 정복한 뒤 갠지스강 저 편을 바라봤다. 

그러나 이미 인도 세력과의 전투에서 지칠 대로 지친 부관들은 대왕을 말렸고, 알렉산더는 세계제국의 실현을 눈 앞에 둔 채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불세출의 영웅마저도 쉽사리 넘보지 못했던 나라.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인도의 산업과 금융 장벽은 마치 높은 철옹성처럼 낯선 이방인을 무심한 눈빛으로 내려다 본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인도는 신속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해외 기업에 우호적 손짓을 시작했다. 외자 유치가 현실화됐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9일 오후 뭄바이 시내 ‘지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뭄바이 서밋 행사는 10년 전과는 딴판인 인도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날 행사에는 팔로알토, 스노우플레이크, AMD, 메타, 몽고DB, 센티널원, 인텔, 클라우드플레어 등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오 컨벤션 센터 역시 뭄바이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업 시설이다.

변화의 바람에 자신을 노출한 채, 외국기업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는 인도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인구 약 14억 명으로 세계 1위’, ‘연평균 6%대의 경제성장률’이라는 간명한 숫자만으로도 포착할 수 있는 인도의 현재와 미래다.

최근 국내 제조업 기업들도 인도로 대거 진출했다. 그와 발맞춰 은행, 증권 등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인도 시장으로 발길을 옮겨가고 있다. 특히 뭄바이는 인도의 ‘월가’로서 금융사들의 주요 진출 도시이다.

현지에서 만난 김근호 신한은행 인도 본부장은 인도의 잠재성을 간단히 정리했다.

“중산층이 1%포인트씩만 늘어난다 해도 단순 계산으로 1400만 명이라는 뜻이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것이다.”
 
[K금융 신흥국을 가다 인도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 현지시각 19일 뭄바이 지오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AWS의 서밋 행사에서 안내판.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이들 금융사 관계자들은 여전히 인도 정부의 강한 규제가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완화되는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인도 중앙정부의 금융산업 규제는 강한 편이다. 개별 주 정부도 따로 규제를 들이대며 따라줄 것을 요구한다. 주마다 법 체계가 각양각색인 점도 한국 금융사들의 시름을 키운다.

뭄바이는 대표적인 금융중심지다. 하지만 델리, 첸나이 등 다른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열악하다. 한국 금융사들에게 또다른 장벽이다.

뭄바이 교통 체계에서는 신호등, 횡단보도, 중앙선을 찾기 힘들다. 차도에는 보행자와 소, 개 등이 어우러져 움직인다.

배수와 정화조 시설도 잘 갖추어져있지 않아 함부로 물을 들이켰다간 지사제를 찾게 된다.

뭄바이에는 그 흔한 한식당이나 식자재 마트도 찾기 힘들며 한인 커뮤니티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못한 상황이다. 힌두교 특유의 '변화무쌍함' 때문에 계약관계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국내 금융업계에 있어 인도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거론되고 있다. 현실화된 적 없으나, 거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력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진출한 신한은행, 현지 존재감을 탄탄히 다져나가는 우리은행에 이어 은행권에선 하나은행이 올해 10월 뭄바이 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이미 주재원을 파견해 둔 상태다.

증권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이 현지 증권사 인수 이후 종합형 증권사로 거듭나 입지를 다져놓은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약 1년 전 현지 실사를 했다.
 
[K금융 신흥국을 가다 인도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 한국투자공사 뭄바이 사무소의 현판. <비즈니스포스트>

이들 금융사의 진출을 뒤에서 묵묵히 돕는 국책 기관들도 뭄바이에 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는 지난해 인도 사무소 개소를 완료한 뒤 본격적인 체제 구축을 마친 상태다.

현재 KIC는 인도 대체자산 시장을 중심으로 본업인 투자에 집중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진출에 중개인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수행중이다.

특히 인도에서는 최근 들어 한류 문화를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제고돼 있어, 대한민국의 국부펀드인 KIC를 어딜 가나 반갑게 맞이한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국내 무역업체의 인도 수출에 길잡이 역할을 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금융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병일 KOTRA 뭄바이 무역관 부장은 "최근에도 한 국내 대기업이 인도 현지 공장 증설과 관련해서 얘기를 나누고 갔다"고 말했다.
 
[K금융 신흥국을 가다 인도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 KOTRA 뭄바이 무역관의 사무실 풍경. <비즈니스포스트>

인도는 올해 일본을 넘어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가의 말초신경 단위에서부터 이미 인도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분위기다.

뭄바이 시내 한 택시기사의 '자랑'에 그들의 국민적 기대가 묻어난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최고경영자도 인도 사람이죠. 전임 영국 수상도 인도 출신이었고요. 인도에 온 걸 환영합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