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본사 이전 원하는 제주 전북 경북, 이재명 정부는 누구 손을 들어줄까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이 2025년 1월2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열린 2025년 한국마사회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비즈니스포스트] 한국마사회는 경마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말산업을 진흥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그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평균 약 100억 원의 기부금을 지원하고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하며 사회공헌 대표 공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75억 원, 77억 원을 취약계층과 지역사회를 위해 지원했다. 

또한 마사회는 사회공헌재단과 장학관 운영, 사회공익승마, 국민드림마차 지원사업 등의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진행해 오고 있다. 

다만 시기별로 시대적 요구에 따라 부각되는 사회공헌 과제도 있다. 예컨대 마사회는 2025년 현재 불법 사설경마 근절, 경주퇴역마 복지 증진을 주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조에 따라 마사회 역시 지방이전 요구를 받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경상북도, 전라북도 등의 지방자치단체가 마사회의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이전에 대해 마사회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행정수도와 공공기관 이전에 적극적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마사회의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될지 주목된다. 

◆ 마사회 본사 지방이전

마사회는 현재 서울경마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과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세에 맞춰 마사회 역시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마사회의 이전을 바라는 지방자치단체로는 제주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경상북도를 들 수 있다. 

제주도는 전국 말 사육의 55%를 담당하는 전국 최초의 말산업 특구다. 마사회 역시 제주도에서 목장과 경마공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말산업과 관광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 위해 마사회의 제주 이전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경상북도는 내륙 지역 최초의 말산업 특구인 영천을 중심으로 마사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마사회가 서울, 부산경남, 제주에 이은 제4경마장을 영천에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영천경마공원과 연계해 말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전라북도도 마사회 본사 유치에 뛰어들었다. 새만금 지역에 말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김제시와, 호남 상생발전을 외치는 순창군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사회 목장이 있는 장수군도 관심이 있다. 

마사회 쪽은 본사 지방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서울경마공원에서 나오는데다 본사가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서울경마공원에서 일하는 임직원의 이동이 어려운 만큼 지방이전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직원들의 반발도 거센 편이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에 의지가 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마사회 역시 입장 변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올해 10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 기본계획에 마사회의 지방이전 계획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 
 
마사회 본사 이전 원하는 제주 전북 경북, 이재명 정부는 누구 손을 들어줄까

▲ 서울경마공원 전경 <한국마사회>

◆ 퇴역경주마 복지 증진 사업

최근 몇 년 사이 퇴역경주마 관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졌다. 특히 2021년 11월 퇴역경주마 까미가 KBS 드라마 촬영 중 와이어 줄에 묶여 강제로 쓰러진 후 숨진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2024년 10월에는 공주의 한 무허가 농장에서 갈비뼈가 드러난 채 방치된 말 15마리와 이미 숨진 말 8마리의 사체가 발견되며 이른바 ‘폐마 목장’의 실상이 알려지기도 했다. 

해마다 1300∼1400마리의 경주마가 은퇴하지만 승용·번식 등 용도로 활용되는 비율은 30%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퇴역마에 대한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왔다. 

이에 마사회는 은퇴 경주마에 대한 학대 또는 방치를 막기 위해 ‘동물복지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말 복지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경주마 생애주기별 복지지원, 말 복지사각지대 해소, 말 복지 인식 개선 등 3대 전략 아래 21개 세부과제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도 2025년 4월 ‘말 복지 제고대책(2025~2029)’을 발표했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말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주요 내용을 보면, 마사회는 ‘호스피아’ 앱 또는 홈페이지를 이용해 말 등록과 이력관리를 강화한다. 또 말산업육성법을 개정해 현재 말 소유주의 자율적 신고로 운영되는 말 등록제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한 마사회는 2026년부터 ‘말 보호모니터링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센터는 학대·방치된 말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확인과 함께 긴급구조·격리 등의 구호조치를 실시하는 등 학대·방치마를 모니터링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아울러 마사회는 학대·방치마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마(馬)파라치’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명예경주마 휴양사업’도 실시한다. 현역 시절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주마가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현재 4마리의 명예경주마가 이 사업의 혜택을 보고 있다. 마사회는 명예경주마 휴양목장을 관광명소로 발전시켜 관광사업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퇴역경주마 승용전환 지원사업도 확대한다. 해마다 100마리 이상을 승용마로 전환시켜, 현재 30% 수준인 퇴역경주마 승용전환율을 4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 불법 사설경마 퇴치

마사회는 인터넷 불법경마와 불법 사설경마 퇴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이 2024년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불법경마 적발로 인한 사이트 폐쇄 건수는 앞선 5년간 6만1012건에 달했다. 2019년 5407건에 그치던 적발건수는 2024년에는 8월 누적 건수로만 1만460건으로 늘어났다. 

불법 사설경마도 5년간 2570명이 관련 혐의로 적발됐다. 

이른바 ‘로열더비’로 불리는 ‘온라인 경마장’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로열더비는 사무실이나 카페 등의 공간에서 마사회 온라인 회원에게 좌석, 식사 등 편의를 제공하면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마실황을 중계하는 경마방을 말한다. 

마사회는 불법경마 단속인력과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액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단속인력은 2024년 79명에서 2025년 95명으로 늘었고, 예산은 2024년 5억6200만 원에서 2025년 9억600만 원으로 증가했다.

2025년 1월에는 온라인 불법경마 집중 단속을 위한 전담조직인 ‘사이버단속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