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캄보디아)=비즈니스포스트]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No better place).“

13일 오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 메이뱅크 본사에서 만난 랫 소포안(Rath Sophoan) 캄보디아은행협회 회장은 캄보디아 금융시장에 잠재한 '기회'에 대해 강조했다.

캄보디아 금융산업의 개방성, 전자결제 시스템 ‘바콩(Bakong)’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전환이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들의 진입 장벽을 낮출 뿐 아니라, 이들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그는 바라본다.

랫 소포안 회장은 본인도 외국계 은행 메이뱅크 캄보디아의 최고경영자(CEO)로 현지 금융시장의 변화와 기회를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다. 

메이뱅크(Malayan Banking Berhad)는 자산 기준 말레이시아 1위 은행으로 앞서 1993년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랫 소포안 회장은 메이뱅크 캄보디아의 첫 현지인 CEO로 2022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랫 소포안 회장은 “캄보디아는 현지 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구분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라며 “모든 은행에 같은 규제와 공정한 경쟁 환경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을 포함해 외국계 은행이 현지 법인 형태로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는 것도 이런 시장 환경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결제 인프라 넘어선 ‘바콩’, 캄보디아 금융시장 넓힌다

“‘바콩’은 단순한 큐알(QR)결제 시스템을 넘어 캄보디아의 금융 포용성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2019년 중앙은행 중심으로 도입한 실시간 전자결제 시스템 바콩을 바탕으로 디지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바콩은 캄보디아중앙은행의 디지털혁신 의지에 코로나19 시절의 사회적 특수성이 가세하면서,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캄보디아 전역의 바콩 가맹점은 450만 개다. 2024년 기준 바콩을 통한 거래 건수는 6억 건에 이른다. 총 거래금액은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3~4배 수준이다.

랫 소포안 회장은 “캄보디아를 둘러보면 어느 곳에서나 바콩 시스템에 바탕한 큐알결제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빠르고 편리하면서 수수료 등이 없다는 점이 바콩의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콩은 재래시장의 소상공인 등 다양한 소비자와 거래 당사자가 빠르게 디지털 결제 체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인구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의 디지털 침투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디지털 인프라의 확산은 금융 포용성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게다가 무료로 송금, 결제 등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금융시장과 상품에 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더 많은 개인과 소상공인, 근로자, 기업들을 공식 금융권 안으로 수용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전체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랫 소포안 회장은 “디지털채널을 통한 거래는 기록과 데이터가 남기 때문에 소비자나 기업의 재무 건전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된다”며 “이는 대출과 저축상품 등 다양한 공식 금융 서비스에 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콩 시스템은 캄보디아 국내 금융시장에 안착한 데 이어 해외로 확장도 본격화하고 있다.

랫 소포안 회장은 "게다가 바콩 시스템은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며 “캄보디아는 태국, 베트남, 라오스, 말레이시아와 바콩 시스템에 바탕한 결제 협력을 맺었고 중국의 알리페이, 한국계 프놈펜 상업은행과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랫 소포안 회장은 “바콩은 단순한 캄보디아 국내 결제 시스템이 아니라 아세안이 추진하는 역내 금융 통합 비전에 부합하는 지역 간 결제 인프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캄보디아 금융산업 더 큰 잠재력 있어, 지금이 투자 적기

랫 소포안 회장은 캄보디아 경제의 큰 축인 금융서비스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관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는 “캄보디아는 정부의 적극적 산업발전 프로젝트와 민간 투자로 제조업과 농업, 물류 및 인프라, 재생에너지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금융서비스 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캄보디아 정부는 기존 섬유 중심의 제조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금융(Sustainable Finance), 전기차, 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등도 유망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20여 개에 50억 달러 규모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랫 소포안 회장은 캄보디아의 건설부동산산업은 현재 조정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시장은 다소 둔화된 상태지만 이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이며 시장은 항상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라며 "캄보디아는 젊은 인구구조를 보유한 국가로 자동차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에 관한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물론 캄보디아 금융산업은 현재 부실채권(NPL) 증가, 대출 수요 감소와 국내외 경제 환경 침체에 따른 신용 성장 둔화, 비공식 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점 등 과제도 있다고 짚었다.

랫 소포안 회장은 “캄보디아 금융시장은 사이버보안과 금융 소비자 교육 등 금융 리터러시를 향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궁극적으로 금융산업이 이런 현안들에 적극 참여하면서 캄보디아 경제 성장의 책임 있고 포용적 주체로 계속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랫 소포안 회장은 마지막으로 캄보디아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캄코시티, 부영타운 등 대규모 프로젝트로 캄보디아를 찾았던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달러 기반 경제에 젊은 인구구조를 갖추고 있고 투자 인센티브도 다양하다”며 “캄보디아에는 정말 많은 기회가 있고 지금이 한국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바로 그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