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시내 한 롯데리아 매장에 설치된 ‘배려형 키오스크’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낮은 화면 모드’가 적용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롯데GRS의 고령층 키오스크 이용 교육 ‘디지털 마실’을 마친 한 참가자가 남긴 후기다.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가 디지털약자 지원 사업 등을 펼치며 기업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적극적으로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19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롯데GRS는 고령자와 장애인 등의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기) 사용 개선을 위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GRS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디지털 배움터’ 교육 사업에 동참해 2023년부터 키오스크 실전 교육 ‘디지털 마실’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마실’이란 고령층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이용 방법을 이론 교육한 다음 실제 롯데리아 매장에서 현장 실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 고령층 800명을 교육하며 시작된 프로그램은 올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광역시도 7곳의 5500명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롯데GRS는 또한 2024년 8월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매장에 ‘배려형 키오스크’ 도입을 시작했다.
‘배려형 키오스크’는 휠체어 이용 고객을 위해 기존 키오스크보다 높이를 낮춘 153㎝로 구축됐으며 120㎝ 높이 이하로 화면을 배치할 수 있는 ‘낮은 화면 모드’를 제공한다.
키오스크 아랫부분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점자 스티커와 물리 조작 키패드 등을 추가했다. 저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모든 텍스트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인공지능(AI) 음성 기술과 고대비 화면, 화면 확대 기능 등도 적용됐다.
롯데GRS가 이러한 사업을 벌이는 것은 CSR 활동과 관련한 차우철 대표의 남다른 의지 때문이다.

▲ 차우철 롯데GRS 대표이사가 디지털 약자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차우철 대표는 2021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고객과 직원, 사회와 지구를 생각하겠다”며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GRS는 같은 해 송파구 독산동 신사옥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열었다. 사내 투명경영위원회에서 ESG 활동을 하고 있으며 ESG팀이 신설돼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롯데GRS가 고령층과 장애인 등의 키오스크 이용 경험 개선에 유독 힘쓰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사회적으로 키오스트 접근성과 관련한 목소리는 꾸준히 대두돼 왔다.
롯데리아가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2014년 당시 국내 영화관과 은행,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키오스크가 급속도로 확장됐다. 하지만 이후 장애인과 고령층 등 소비자의 키오스크 이용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휠체어 사용자인 대학생 최소희씨는 “국내 음식점에 키오스크가 처음 도입됐을 때 높이가 가장 고민이었다”며 “휠체어에서 팔을 쭉 뻗거나 일어서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기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2023년 서울시디지털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응답자의 59.%와 장애인 응답자의 60.9%가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같은 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전국 공공·민간부문 키오스크의 64.7%가 시각장애인 이용이 불가능하다며 기능 보완을 권고했다.
조윤주 사회복지사·계단뿌셔클럽 크루는 “특히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제조와 캐셔를 겸하거나 키오스크만으로 주문을 받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과 고령층이 혼자 매장을 방문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역시 소비자기 때문에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오스크 이용이 문제가 되자 롯데GRS는 2023년 서울시와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디지털 약자 대상 키오스크 교육과 ‘배려형 키오스크’ 도입을 시작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모든 세대에게 기술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마실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롯데GRS는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키오스크 접근성 향상과 고령층 디지털 역량 강화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우철 대표는 디지털 소외 계층 지원 등 CSR 활동에 긍정적 의견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리아 매장에서 ‘디지털 마실’ 교육 실습이 이뤄지고 있다. < 롯데GRS >
롯데GRS는 18일 디지털 마실 프로그램을 운영해 정보 격차 해소 노력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8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으로부터 ‘정보문화 발전유공 분야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롯데GRS가 키오스크 사용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가운데 배려형 키오스크와 관련해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휠체어 사용자인 직장인 정원희씨는 “롯데리아에서 배려형 키오스크를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나 키오스크 높이가 여전히 높아 앉은 채로 사용하기에는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배려형 키오스크가 있더라도 장애 상태에 따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대면 주문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소희씨는 “배려형 키오스크 설치 매장을 전면 공개하고 더 많은 장애인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GRS는 2026년 1월까지 전국 매장에 배려형 키오스크를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정원희씨는 배려형 키오스크 확대 소식에 “매우 감사하다”며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하게 테스트해서 의견을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조윤주 사회복지사는 “롯데GRS의 배려형 키오스크 확대를 환영한다”면서도 “앞으로 신규 매장 입지 선정에 이동약자 접근성 요소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롯데GRS와 같이 ‘배리어프리’(무장애) 키오스크를 운영하는 음식점은 흔치 않다. 도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기기 가격 때문이다.
일반 키오스크 가격은 대당 100만~200만 원 수준이지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경우 대당 300만~700만 원으로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국 사업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할 경우 배리어프리 기능을 필수로 탑재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 시행을 예고했지만 반발에 부딪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키오스크를 교체하거나 별도 추가 설치를 해야 하는데 투자비용 부담과 매장별 공간 제약이 있어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2026년 시행 예정인 의무 설치에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