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비즈니스포스트] “고객을 알아야 한다(Know your customer).”

6월12일 캄보디아 KB프라삭은행 본사에서 만난 김현래 부대표는 프놈펜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회의실에서 '현장'을 얘기했다. 현지를 알아야 한다며 현장경영을 강조했다.

국내 사업에서도 타깃 고객 파악은 기본이다. 해외로 가면 ‘현장경영’에 덧붙는 의미가 있다.

생존을 위한, 그리고 시장에 안착해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KB프라삭은 현재 캄보디아 은행 시장에서 자산 규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위권 사업자다. 

KB국민은행은 앞서 2009년 KB캄보디아은행을 설립해 캄보디아 시장에 진출했다. 그 뒤 2021년 현지 이익 규모 2위 은행이었던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을 100%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2023년 8월에는 KB캄보디아은행과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를 합병해 통합 상업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시장에서 입지를 새롭게 다졌다.

KB프라삭은 지난해 전산 통합을 통해 내부 시스템을 일원화했고, 지금은 인력과 고객, 서비스를 포함한 ‘원팀’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부대표는 “회사와 회사, 조직과 조직의 통합은 국내 사례를 봐도 어렵지만 해외에서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볼 때 KB프라삭은 짧은 기간에 두 은행을 성공적으로 합병하고 임직원 모두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프라삭의 현장영업 노하우 이식, 캄보디아에서도 1등 노린다  

2024년 말 KB프라삭의 직원 수는 1만269명, 캄보디아 전역에 지점만 200여 개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9560만 달러(약 1319억 원)로 KB국민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KB프라삭 내부에서는 캄보디아 사업은 이제 본격적 출발점에 섰다고 평가한다. 목표가 캄보디아 1등 은행이기 때문이다.

김 부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캄보디아 금융을 선도하는 ‘넘버 원’ 은행이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며 “KB국민은행의 1등 DNA를 잘 접목시키면서 KB프라삭은행의 장점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현지 대형 은행이었던 프라삭 인수 효과를 본격화해 현지화의 내실과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김 부대표는 올해 1월 KB프라삭 부대표로 취임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노란 간판과 로고로 브랜드 통합 작업을 마치고 실질적 합병 2년차에 들어선 KB프라삭을 맡게 된 것이다.

어깨가 무거울 법 하지만 김 부대표는 KB프라삭 현지 직원들의 노하우와 역량에 관한 강한 신뢰와 자신감을 보였다.
  김 부대표는 인터뷰 내내 “기존 프라삭 직원들이 정말 잘 하고 있고 안정적 토대가 잘 다져져 있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KB프라삭은 어디든 금융 수요가 있는 고객을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며 “이런 현장 중심 영업은 과거 파이낸스은행 시절부터 이어져온 프라삭의 영업방식이고 합병 뒤에도 이런 강점을 훼손하지 않고 잘 계승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도 캄보디아에 온 지 4개월 남짓 기간에 벌써 여러 번 지역 출장을 다녀왔다. 인터뷰 며칠 후에도 지역 출장이 잡혀있다고 했다.

평소에는 업무가 끝나면 사무실 5분 거리에 위치한 집 주변 시장에서 모자란 걸음 수를 채우고 장도 본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찰기가 덜하고 가벼운 캄보디아의 쌀로 직접 저녁을 지어먹는다.

김 부대표는 바로 직전 베트남 하노이지점장을 지냈다. 바로 옆 나라지만 완전히 다른 캄보디아의 공기와 풍경, 음식과 문화를 얘기하는 목소리에 해외에서 일하는 주재원의 열정과 현지 국가에 관한 애정이 묻어나는 듯 했다.
  ◆ 빠르게 변화하는 캄보디아 금융시장, 지속가능 영업 구조 구축 과제

김 부대표는 “아직 합병 초기이다 보니 부족한 점도 많이 있다”며 “금융서비스를 더 다지털화하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은행으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체질개선과 서비스 역량 강화에 관한 고민이 있다고 했다.

김 부대표는 “캄보디아 은행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금융서비스 변화 속도도 빠른 것 같다”며 “특히 큐알(QR)결제로 대변되는 모바일뱅킹에서 디지털화는 놀라울 정도로 서비스 개선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B프라삭은 이에 따라 디지털 상품 개발에도 힘을 싣고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에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디지털 계좌 상품, 소상공인의 편의성 제고를 위한 별도의 머천트앱을 출시하고 법인고객 전용 기업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내놓았다.

김 부대표는 “이렇게 치열한 경쟁과 빠른 금융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앞으로 고객의 사용자경험에 따른 최적의 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우열을 가리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다른 한국계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영업 구조를 구상 중이다. 아직은 대출에 집중되고 예금, 즉 수신이 약한 영업 구조를 혁신하지 못했다.

김 부대표는 “과거 프라삭은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 업종 특성상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며 “이제 상업은행이 된 만큼 빠른 속도로 수신 경쟁력을 강화해 자금조달과 운용에서 균형 잡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캄보디아의 부실채권 증가 이슈에 따른 건전성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김 부대표는 “무엇보다 캄보디아 국내는 물론 세계적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는 선제적 건전성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며 “KB프라삭은 한국 본점과 협업을 통해 정교한 신용평가시스템을 캄보디아 대출 심사에 접목하고 여신 승인, 사후관리 등 프로세스 전반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대표는 “캄보디아는 한국계 금융회사만 보더라도 많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법인과 지점 또는 마이크로파이낸스사를 설립해 진출해있고 업종 관계없이 대부분 고객이 겹쳐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속가능 이익 기반을 만드는 것, 그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대표는 1996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국민은행에서 전략기획부 팀장, 기획조정부 부장 등을 거쳐 2021년 베트남 하노이로 발령이 나 첫 해외근무를 시작했다. 2025년 1월 캄보디아 KB프라삭 부대표에 취임해 캄보디아 현지인 행장은 옴 쌈이은 대표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