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미국 투자는 HBM 추격 앞당기고 반도체 관세 도입 가능성 높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긴장

▲ 마이크론이 미국에 HBM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를 대폭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자급체제 강화 및 마이크론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위기감을 키울 수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미국에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생산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에 기여도를 키우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관세 도입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추격을 앞당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12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미국 주요 빅테크 및 반도체 기업들은 일제히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 확대를 환영하는 입장을 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마이크론이 트럼프 정부 지원으로 미국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인공지능 생태계 강화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AMD,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클라우드, 퀄컴 CEO도 일제히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강화에 기여하는 데 긍정적 평가를 제시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반도체 생산공장 및 설비 구축에 1500억 달러(약 206조 원), 연구개발에 500억 달러(약 69조 원)를 각각 들이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에 필수인 HBM 사업에서 중장기 성장 기회를 높이기 위해 제조 분야에 들이는 투자 금액만 기존 계획보다 300억 달러(약 41조 원)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HBM은 엔비디아와 AMD의 데이터센터용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장기간 글로벌 HBM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며 수요 급증에 수혜를 대부분 차지했지만 최근 마이크론의 기술 추격이 거세지며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마이크론 미국 투자는 HBM 추격 앞당기고 반도체 관세 도입 가능성 높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긴장

▲ 마이크론이 미국 뉴욕주에 조성하는 대규모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마이크론이 이러한 시점에 HBM 생산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시장 경쟁력에 확실한 자신감을 확보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더구나 엔비디아와 AMD 최고경영자가 일제히 마이크론의 미국 투자 확대를 계기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성명을 전한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HBM에 이들 기업의 수요가 집중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자연히 공급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일제히 마이크론의 투자에 환영의 뜻을 전한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내 인공지능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및 인공지능 서버에 관세 부과나 수출 규제 등 가능성을 무기로 삼아 관련 기업에 생산 투자와 미국산 부품 수급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4년에 걸쳐 미국에서만 5천억 달러(약 686조 원) 상당 금액을 인공지능 서버 생산과 반도체 구매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론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 증액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잠재 수요를 충분히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마이크론은 미국에 1천억 달러(약 137조 원) 상당의 투자 방안을 발표할 때도 바이든 정부와 세부 내용을 충분히 논의하고 조율한 뒤에 계획을 공개했다.

결국 이번에도 HBM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투자 확대 계획이 트럼프 정부 정책 방향을 충분히 반영한 상태에서 수립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트럼프 정부가 현재 검토중인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계획도 이를 계기로 구체화될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 미국 투자는 HBM 추격 앞당기고 반도체 관세 도입 가능성 높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긴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HBM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등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이 높던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미국 마이크론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해 대거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이번 투자로 전체 D램 생산량에서 미국의 비중을 4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개발 투자로 HBM 생산 확대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공장에서 마이크론이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 물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장 건설과 가동에도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메모리반도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물론 한국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마이크론이 한국 반도체의 미래 성장동력인 HBM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등 리스크도 간과하기 어렵다.

반도체 관세 부과를 협상카드로 앞세운 트럼프 정부와 무역 논의에도 마이크론의 투자 확대는 수입에 의존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져 한국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이번 투자는 경제 및 안보에 핵심인 미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해 준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