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통위 "SK텔레콤 유심보호서비스 자동가입은 위법", 행정지도 결정 형평성 논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20165333_79255.jpg)
▲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21일 회의에서 SK텔레콤의 유심보호 서비스 자동가입을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반된 행위로 판단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방통위는 SK텔레콤의 조치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해킹 피해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 과징금 등 제재는 유예하고 행정지도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처벌을 하지 않은 점은 향후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 5월21일 서면회의에서 ‘SK텔레콤의 유심 보호 부가서비스 자동 가입 행위에 대한 조치방안’을 논의하면서 해당 행위가 이용자의 가입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2일부터 유심 해킹 사고 방지를 명분으로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보호 서비스에 자동 가입시키는 조치를 취해왔다.
1일까지 약 1442만 명이 자발적으로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했고, 남은 약 850만 명에 대해서는 하루 120만 명씩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이 진행됐다.
이어 14일부터는 해외 로밍 이용 때에도 유심보호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 뒤, 추가로 약 100만 명을 자동으로 가입시켰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SK텔레콤은 5월7일까지 전체 2400여만 명의 가입자 전원을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시켰다.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면 유심 카드 분실·도난·복제 등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를 준다.
하지만 기기 변경이나 번호 이동, 유심 교체 때 추가 해지 절차를 거쳐야 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자동가입 과정에서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5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 관련 [별표] 5의 나 1), 2)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와의 계약 체결이나 추가 서비스 제공 시 이용자의 가입 의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용자의 의사를 확인할 때는 명시적인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사전 동의 절차가 불분명하거나 누락된 경우에는 금지행위 위반으로 간주된다.
SK텔레콤도 유심보호 서비스 자동 가입 조치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은 해당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지난 5월1일 자동 가입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한 개정 이용약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고했다.
개정 약관에는 ‘고객 피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유심 보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다음 날인 5월 2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유심 보호 서비스 자동 가입 시행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 해당 여부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했다.
방통위도 SK텔레콤의 유심보호 서비스 자동가입 행위가 가입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 금지행위로 바라보면서도 행정지도 수준의 경고로 마무리했다.
사이버 침해에 따른 유심 복제 등으로 발생 가능한 대규모 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방통위가 이번 제재 수위 결정 과정에서 SK텔레콤이 유심 유출 사고 이후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유심보호 서비스를 전 가입자에게 자동 적용하라는 압박을 받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킹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도 SK텔레콤은 고객 공지를 나흘이나 늦게, 그것도 접근성이 낮은 뉴스룸을 통해 진행했다”며 “유심보호 서비스 가입을 고객 자율에 맡길 게 아니라, 전 이용자에게 자동으로 적용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초기부터 자동 가입을 검토했지만, 이 경우 통신망 전체가 다운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방통위는 “사이버 피해 예방의 합리적 필요를 고려해 ‘한시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제52조 제1항 및 제53조 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방통위가 금지행위를 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매출액의 3% 이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대신 방통위는 회사에 개정 약관에 따른 고객 자기결정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하며, 가입 확인 절차를 명확히 반영한 약관 개선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서비스 해지 방법을 공식 홈페이지에 고지할 것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불편 해소 방안 마련 △긴급사안 발생 때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관련 대응 매뉴얼 구축 등을 SK텔레콤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 방통위 "SK텔레콤 유심보호서비스 자동가입은 위법", 행정지도 결정 형평성 논란](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5/20250516164415_232884.jpg)
▲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의 유심보호 서비스 자동가입 조치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해킹 피해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 과징금 등 제재는 유예하고 행정지도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우선 이용자의 가입 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약관을 6월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해 개선할 계획이다.
또 자동 가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타 서비스 이용 제한 문제를 해소하고, 유심 보호 서비스 해지를 원하는 가입자에게는 홈페이지, 매장,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를 대비한 대응 매뉴얼도 방통위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 중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방통위의 행정조치는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자동 가입 조치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이지, 회사의 잘못을 따지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도 이러한 취지를 이해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 사항에 대해서는 이행 계획을 제출해 협조 아래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가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선례를 남기면서, 향후 유사 사례에서 형평성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은 결정은 방통위의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SK텔레콤 사례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경우였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이번 결정을 기준 삼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시행규칙을 보다 정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승리 기자·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