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블록체인 다시 보자' 넥슨, 침체된 P2E 시장서 메이플스토리로 승부수

▲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넥슨의 자체 암호화폐 넥스페이스가 15일 중 상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바이낸스의 X 계정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넥슨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표 지식재산권(IP)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메이플스토리N’과 자체 암호화폐 ‘넥스페이스(NXPC)’를 내세워 침체된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정면 승부로 나섰다.

넥슨은 15일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가 개발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기반의 신작 ‘메이플스토리N’의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울러 넥슨은 자사 암호화폐인 NXPC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비롯해 바이비트, 쿠코인, 게이트아이오 등 글로벌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빗썸에도 상장이 확정되는 등 출시 초기부터 국내외 대형 거래소에 동시 상장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메이플스토리N’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얻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P2E(Play to Earn)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게임 내 자산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PC MMORPG로 위메이드의 ‘미르4’, ‘미르M’ 등과 유사한 구조다.

다만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P2E 구조의 게임이 사행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금지되어 있는 만큼 이 게임은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넥슨도 이 점을 고려해 서구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넥슨이 지난 2022년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지 약 3년 만의 결과물이다. 개발 인력만 100여 명 이상이 투입됐으며, 과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를 맡았던 황선영 넥스페이스 대표가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고 있다.

회사 측은 메이플스토리N을 시작으로 모바일 버전, ‘메이플스토리N 월드’, 신규 웹3.0 게임 등 다양한 확장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시장 환경은 녹록치 않다. 한때 P2E와 NFT는 게임산업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으나 현재는 투자 심리 위축, 규제 불확실성, 유저 이탈 등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침체 구간에 들어선 상태다.

국내 게임사들도 ‘선택과 집중’을 앞세워 블록체인 사업을 줄이고 있다. 2022년 P2E 열풍 당시 위메이드를 비롯해 넷마블, 컴투스, 네오위즈 등이 앞 다퉈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현재는 상당수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조용히 접는 흐름이다.

네오위즈는 올해 초 웹3 게임 플랫폼 ‘인텔라X’ 서비스를 종료했으며, 그 외 게임사들도 2023년부터 블록체인 시장 위축으로 사업안정성과 이익창출력이 악화되고 있다. 위메이드의 경우 최근 해킹 피해, 재상장폐지 등 잇단 악재로 인해 불안정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꺼진 블록체인 다시 보자' 넥슨, 침체된 P2E 시장서 메이플스토리로 승부수

▲ 사진은 넥슨 판교 사옥. <넥슨>


특히 넥슨 입장에서는 메이플스토리의 핵심 매출 지역인 한국과 중국에서 P2E 게임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큰 제약 요인이다. 국내에서는 P2E 구조가 불법 온라인 도박이나 금융사기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엄격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내외부에서 넥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감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P2E, NFT 시장의 인기가 시들해진 점과 기술에 대한 불신이 짙어진 점을 감안하면 장기 흥행 여부는 예단하기 힘들다”며 “열풍 당시 뛰어들었던 게임사들 대부분이 발을 빼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이 블록체인 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다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관심은 높다. 넥슨이 자사의 대표 IP를 과감히 블록체인 생태계 실험의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장현국 넥써스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최대의 게임사이자 제가 대학생으로서 29년 전 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던 회사인 넥슨이 블록체인 게임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며 “가져올 새로운 바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