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에 '통일' 언급하자 대만 들끓어, TSMC 투자 압박 전략 가능성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 협상을 언급하며 '통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대만 정치권에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 정부가 서로 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등 관계를 점차 개선하는 정황이 파악되며 대만이 이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정부가 TSMC의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시기를 앞당기도록 압박하기 위해 대만의 안보 문제를 자극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4일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대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언급하며 통일(unification)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데 관련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정부가 90일 동안 고율 관세 부과를 일시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이는 통일과 평화를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으로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상황을 고려한 단어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중국 정부는 대만 영토의 주권을 되찾고 중국과 통일하도록 하기 위해 무력 사용도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대만 주재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연구소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관계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며 “대만을 향한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는 공식 해명마저 내놓았을 정도다.

백악관 및 대만 총통부도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두고 통일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라며 서둘러 논란 진화에 나섰다.

다만 로이터는 다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대만 정치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미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대만의 합병을 지지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도 이번 사태에 주목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눈에 띄게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에서 ‘버리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 대만에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러한 논란이 대만 집권당의 무능력과 자신감 부족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전문가의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중국에 '통일' 언급하자 대만 들끓어, TSMC 투자 압박 전략 가능성도

▲ 라이칭더 대만 총통.

무역과 외교 협상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통일이라는 단어 선택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데 고의성을 의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대만과 본격적 무역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세와 방위비, LNG 수입, 반도체 투자 등 다양한 현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지키기 위해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데 회의적 시각을 보이며 압박을 더해 왔다.

이는 대만에 거액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거나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상품의 미국 내 수입 관세율을 높이는 등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대만이 TSMC의 최신 반도체 기술을 미국 내 공장에 서둘러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TSMC는 2나노를 비롯한 첨단 미세공정 기술 생산라인을 우선 대만에만 구축하고 미국 공장에는 수 년 뒤부터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대만 정부가 TSMC의 미국 투자를 허가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대만의 국가 안보와 밀접한 문제를 자극해 TSMC의 미국 내 첨단 반도체 투자를 서두르도록 요구한다면 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야만 할 수도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대화 과정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거론한 것은 이러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대만을 압박하는 전술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중국과 무역 협상에도 미국이 주도권을 강화하도록 하는 요소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협상에 적극 임하겠다”며 “대만 기업들의 투자가 미국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SMC를 비롯한 대만 기업들의 미국 투자 문제도 무역 및 외교 협상 과정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