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IBK기업은행이 시가총액으로 은행주 ‘빅4’ 자리를 다지고 있다.

다만 기업은행은 4대 금융지주와 ‘체급’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과 비교해 이사회 독립성·전문성 등 지배구조 수준은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내부 견제와 감시 역할을 할 의사결정조직과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은행주 '빅4'로 체급 키운 기업은행, 사외이사 독립성·전문성 확보는 아직 미흡

▲ IBK기업은행이 '친관' '교수'에 편중된 사외이사 구성으로 이사진 독립성, 전문성 강화 과제가 무겁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기업은행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사회는 은행장, 전무이사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 모두 6명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사외이사는 기업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후보 추천부터 은행장이 위원장을 맡는 이사회 산하 운영위원회가 주도한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정부와 ‘친한’ 인물들이 자리를 채워왔다.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추천이사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실제 사외이사 후보군도 전달하고 있지만 아직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된 적이 없다.

올해도 이런 관행이 그대로 이어졌다. 기업은행은 올해 사외이사 2명을 새롭게 선임했는데 여전히 ‘친관’ ‘교수’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정수 신임 사외이사는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의 서울대 법학전무대학원 교수다.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의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해 친관 인사로 평가된다.

석병훈 사외이사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기존 이근경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차관보를 지낸 인물이고 전현배 이사는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다. 사외이사진 직업과 전문분야가 확연하게 특정 영역에 편중돼 있다.
 
시중 금융지주, 은행들이 금융 현업 종사자부터 IT, 디지털, 인공지능(AI),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인력을 영입해 사외이사진 전문성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기업은행은 이번에 여성 사외이사였던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이사회 전원이 남성으로 구성됐다.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도 오히려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 정책수행기관으로 역할이 있다 보니 지배구조에서 상업은행인 시중 금융지주, 은행들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애초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설립됐고 기획재정부 지분이 약 60%에 이른다. 한국산업은행(7.2%)과 수출입은행(1.8%)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아닌 중소기업은행법과 내부 이사회 규정을 따른다.

하지만 국책은행이더라도 이사회가 정책적 측면뿐 아니라 금융사업과 리스크 관리 등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중요하다. 또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은행은 상장사다. 2024년 말 기준 소액주주가 20만7386명에 이른다. 

기업은행은 시가총액으로도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은행주 ‘빅4’ 자리를 지키면서 국내 대표 금융그룹 대열에 올라있다. 
 
은행주 '빅4'로 체급 키운 기업은행, 사외이사 독립성·전문성 확보는 아직 미흡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2025년 1월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2025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IBK기업은행 >


기업은행은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12조5834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정부의 밸류업 정책 추진에 힘입어 고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4대 금융그룹의 하나인 우리금융지주(12조3790억 원)를 앞지르고 있다.

몸집이 커지고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확대된 만큼 경영 의사결정 과정 등 지배구조 선진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기업은행은 자체 경영방향도 시중 금융지주와 같은 종합금융그룹을 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하면서 증권, 카드, 캐피탈, 생명보험, 자산운용 등 비은행부문 계열사를 키워왔다. 김성태 행장도 지주사 전환 계획을 공식적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을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민간 금융사들과 경쟁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사회 전문성, 독립성 등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는 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와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기업은행은 최근 239억 원 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이사회 안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했다. 다만 사외이사 독립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감시 역할에 관한 의구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은 올해 신규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법률·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새로 사외이사진에 합류했다"며 "사외이사 4명의 뛰어난 전문성이 이사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