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은행이 또 다시 인터넷전문은행과 인연이 엇갈렸다.

다수의 시중은행이 지분 투자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과 협력에 힘을 주는 상황에서 더존비즈온의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불참 결정으로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된 것이다.
 
신한은행 인터넷은행과 '먼 인연', 일본 인터넷은행 변화 살피며 서두르지 않아

▲ 신한은행이 그동안 협력해 온 더존비즈온의 예비인가 불참 결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참여를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존비즈온, KT 등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협력을 통해 자체적 디지털 역량 강화를 이끌 힘이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변화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해서다.

1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참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신한은행 또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뒤로 미루게 됐다.

신한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준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은 6년 만이다.

신한은행은 2019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 당시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주축인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가 예비인가 신청을 열흘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서 의견 차이로 컨소시엄에서 나왔다.

이번 제4인터넷전문은행은 컨소시엄의 주축인 더존비즈온이 예비인가 불참을 결정한 것이지만 신한은행을 비롯한 신한금융그룹의 의견도 일정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2021년 신한은행의 지분 투자를 통해 더존비즈온과 본격적 협력을 시작한 뒤 그룹 차원에서 더존비즈온과 협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더존비즈온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밸류업제일차주식회사는 더존비즈온 지분 9.8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재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이 없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하나은행은 토스뱅크,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군다나 인터넷전문은행은 2017년 출범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성과를 더하고 있어 시중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의지는 더욱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만 봐도 5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을 제외한 4곳이 준비해 신한은행을 뺀 3곳이 참여를 확정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3곳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지분을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있음에도 또 다시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했다.

은행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금융업뿐 아니라 은행과 ICT업체 간 합종연횡이 심화하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됐다.

시중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면 향후 상장 등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뿐더러 신상품 출시, 고객기반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신한은행 역시 이번은 아니더라도 향후 지속해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참여 기회를 탐색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더존비즈온이 혁신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는 만큼 제4인터넷은행은 아니더라도 향후 제5, 제6인터넷전문은행에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신한금융이 그때까지 더존비즈온과 지금 같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간다면 또 다시 컨소시엄을 이뤄 도전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에 따라 신한은행이 더존비즈온이 아닌 새로운 파트너를 바라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업계 일각에서는 더존비즈온이 이번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 참여를 갑작스럽게 접은 데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의 힘이 강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바라본다.

금융당국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주요 평가항목으로 자금조달 역량을 내세웠는데 한국소호은행이 우리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 하나은행을 컨소시엄에 품으면서 더존비즈온이 한 발 물러섰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향후 또 다시 지분관계로 엮인 더존비즈온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노릴 경우 이번처럼 경쟁사로 주요 시중은행이 몰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신한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무리해서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인터넷은행과 '먼 인연', 일본 인터넷은행 변화 살피며 서두르지 않아

▲ 더존비즈온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불참 결정 이후에도 신한은행과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전략적투자자(SI)로 더존비즈온에 투자한 뒤 협력을 강화하며 ICT사업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고 다른 인터넷전문은행과도 아쉬움 없을 정도로 협업을 잘 해나가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2019년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전에서 작별했던 토스와도 지속해서 협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토스의 디지털 비즈니스 성공 방정식’을 주제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뿐 아니라 2022년 KT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뒤 지분 보유를 통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2분기 말 KT의 3대 주주로 지분 5.77%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업계 안팎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에 대한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경쟁 심화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이 중장기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신한은행의 무리한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보다 17년가량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빠른 일본에서는 이미 경쟁심화와 수익성 등을 문제로 전통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투자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내놓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도 향후 추가 진입이 허용되고 전통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 사실상 인터넷전문은행과 차이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일본처럼 전통적 은행들이 전략적 제휴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권을 확보하려는 인센티브가 약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한국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 격화나 비즈니스 모델 한계로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떨어져 전통은행이 지분을 유지할 인센티브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 같은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지분이 매각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자본으로 세워진 만큼 전통적으로 재일교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주요 경영사안에도 재일교포의 영향을 받고 있다. 향후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시장 변화가 국내사업의 의사결정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더존비즈온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존비즈온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미참여 결정 이후에도 신한은행과 협력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며 “신한은행의 금융혁신 방향성과 상호 윈윈을 고려한 새로운 플랫폼을 포함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준비 단계에서 검토됐던 다양한 혁신사업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