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펌텍코리아 '프리몰드' 화장품 용기 1위 수성, 콜마 업은 연우 추격 아랑곳 않아

▲ 펌텍코리아가 ‘프리몰드’를 통해 화장품 용기 제조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굳힐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도훈 펌택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펌텍코리아>

[비즈니스포스트] 펌텍코리아가 프리몰드를 앞세운 효율적 생산 시스템으로 국내 화장품 용기 시장의 선두 자리를 확고히 굳히고 있다.

프리몰드는 브랜드사의 별도 디자인 요청 없이 미리 개발된 용기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저비용·고효율·빠른 출시가 중요한 인디브랜드에 최적화된 모델로 평가된다.

또 다른 화장품 용기제조 전문업체 연우 역시 한국콜마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 프리몰드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을 선점한 펌텍코리아가 여전히 한발 앞서 있다. 올해 생산능력까지 대폭 확대되면서 펌텍코리아의 시장 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18일 증권가에 따르면 펌텍코리아는 2월에 지난해 월 최대 수주액을 뛰어넘었으며 3월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달 수주 규모가 또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매월 최대 수주 기록을 깔아치우는 것은 지난해 주력 제품군의 공급 부족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물량 확보에 나선 브랜드사들이 펌텍코리아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펌텍코리아는 국내외 대형 브랜드뿐만 아니라 인디브랜드 사이에서도 '믿고 찾는' 용기업체로 자리 잡았다. 빠른 출시와 낮은 단가가 중요한 인디브랜드 특성상 펌텍코리아의 ‘프리몰드’가 최적의 선택지로 떠오르며 수주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3500개의 화장품 판매업체가 새롭게 등장했다. 인디 브랜드의 약진과 제약사를 비롯한 타 산업의 화장품시장 진출이 맞물리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사에는 경쟁 심화라는 과제가 생겼지만 펌텍코리아에는 오히려 반가운 흐름이다. 중소 브랜드가 늘어날수록 화장품 용기 수요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업계 선도기업인 펌텍코리아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펌텍코리아의 톱10 고객사 매출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특정 브랜드에 쏠리지 않고 다양한 인디브랜드로부터 주문을 받으며 탄탄한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K뷰티 호황과 함께 인디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펌텍코리아는 실적과 주가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장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펌텍코리아의 매출은 2020년 2천억 원에도 못 미쳤으나 2024년 3천억 원을 돌파하며 4년 만에 7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올랐다. 2020년 3월20일 8710원이던 주가는 2024년 8월2일 5만900원까지 치솟으며 4년 만에 484.4%나 급등했다.
 
이도훈 펌텍코리아 '프리몰드' 화장품 용기 1위 수성, 콜마 업은 연우 추격 아랑곳 않아

▲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펌텍코리아 본사. <펌텍코리아>


펌텍코리아가 ‘잘 팔리는 금형(몰드)’으로 실속을 챙기는 동안 경쟁사 연우는 아직 본전도 건지기 힘든 형국이다. 

펌텍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375억 원, 영업이익 484억 원을 기록하며 14.3%의 준수한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반면 연우는 매출 2748억 원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이 9억 원에 그쳐 영업이익률이 0.3%에 불과했다. 모기업 한국콜마의 고객사를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지만 프리몰드 체계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탓에 수익성에서 펌텍코리아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프리몰드는 용기업체가 직접 몰드를 제작·소유하는 방식이다. 브랜드가 별도로 디자인을 의뢰하지 않아도 미리 개발된 제품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한 번 제작된 프리몰드는 반복 생산이 가능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대부분의 용기 제조사가 브랜드 맞춤형 커스텀 몰드 방식을 고수하는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펌텍코리아는 국내 1위 화장품 용기 업체로 프리몰드 비중이 76%에 달해 인디브랜드에 최적화돼 있다”며 “프리몰드는 금형의 소유권이 용기업체에 있어 한 번 개발된 용기가 10년 이상 사용될 수 있어 레버리지 효과가 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펌텍코리아는 올해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리며 업계 2위와의 격차를 벌릴 준비를 마쳤다. 올해 1월 부국 공장을 증설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4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의 대규모 주문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 셈이다.

공장 가동률은 이미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튜브사업부는 2월 월간 생산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약, 선케어, 스킨케어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튜브 용기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

생산 가동률도 꾸준히 상승세다. 2022년 65.3%였던 가동률은 2023년 75.8%, 2024년 3분기 77.4%까지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80%를 가뿐히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김시온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몰드 방식은 대량생산 및 자동화에 용이해 경쟁사 대비 높은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프리몰드를 통해 확보한 고객 충성도와 수익성 우위가 업계 내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펌텍코리아는 이재신 회장이 2001년 설립한 화장품 펌프형 용기 전문 기업이다. 인수합병을 거치며 사업을 확장해왔으며 현재 튜브 용기를 생산하는 부국티엔씨와 건강기능식품 기업 잘론네츄럴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재신 회장의 3남매가 경영을 나눠 맡고 있다. 장남 이도훈 펌텍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의 핵심인 펌텍코리아를 이끌고 있으며 지분 32.0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차남 이도경 대표는 튜브 용기 사업을 담당하는 부국티엔씨를, 장녀 이현주 대표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맡은 잘론네츄럴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두 사람의 펌텍코리아 지분은 각각 17.08%, 3.61%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