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범용 메모리' 봄바람 모드, IT기기 수요 증가 '나비효과' 기대 영근다

▲ 삼성전자가 '범용 메모리' 수요와 가격 회복에 2025년 실적 반등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PC 등 IT기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에도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범용 메모리’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올해 당초 기대보다 높은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르는 동시에 D램 가격도 반등 조짐이 나타나면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예상보다 빠르게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월 128Gb 멀티레벨셀(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2.29달러로 1월 대비 5.29% 올랐다.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는 4월1일부터 낸드플래시 가격을 10%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이와 같은 가격 인상 흐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중국 YMTC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이구환신(전자기기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에 따라 IT기기 제조사들의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며 “주요 반도체 공급사의 보수적 공급 기조와 IT기기 제조사들의 재고 비축으로 낸드플래시 수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범용 D램 업황도 개선되고 있다.

DDR5 D램 현물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4.9달러에서 5.1달러로 7.8% 올랐다. D램 가격 상승은 약 7개월 만이다.

현물 가격은 일반 온·오프라인에서 개인 소비자가 반도체를 구매하는 가격으로, 기업이 대규모로 거래하는 고정거래가격을 4~6개월 가량 선행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이구환신 효과와 미국의 관세 상향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메모리 주문 증가는 DDR5 D램뿐 아니라 DDR4, LPDDR4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공급사들의 출하가 늘어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영향으로 그래픽카드(GPU)를 장착한 개인용 PC 판매가 증가해 DDR5 D램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범용 메모리' 봄바람 모드, IT기기 수요 증가 '나비효과' 기대 영근다

▲ 삼성전자 DDR4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는 삼성전자 실적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 대비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비중이 낮고, 범용 메모리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SK하이닉스의 범용 메모리 매출 비중은 20% 수준인 반면, 삼성전자는 60%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서버와 같은 기업간거래(B2B)보다 모바일, PC 등 기업과개인거래(B2C) 비중이 높은 것인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IT기기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범용 메모리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국의 정책 변화도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16일 국민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활성화를 유도하는 ‘소비 진흥 특별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내수 촉진을 위해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도 역대 최고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높여잡았다.

그동안 재정건정성에 초점을 맞춰오던 독일도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의 재정 적자 제한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EU는 회원국의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규제해왔다.

세계 금리 인하 추세도 소비자 구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4년 9월부터 12월까지 3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해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2025년 1월30일까지 4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어느 한 국가의 소비 급증이 아니라, 각국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진 금리인하가 글로벌 B2C 수요 반등을 만들고 있다”며 “올해도 각국이 재정완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 ‘IT기기와 범용 메모리반도체’ 반등은 이제 시작 단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