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이 다른 건설사와 손잡는 컨소시엄 형태로 도시정비시장에서 빠르게 수주 곳간을 채우고 있다.

단독 사업보다 이익은 적지만 위험부담도 낮은 컨소시엄 수주 성과는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력하는 재무구조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으로 도시정비 순항, 박현철 재무 안정과 실적 증가 다 잡나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무 안정과 실적 증가를 다 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17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올해 컨소시엄을 통해 발빠르게 실적을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건설은 전날 GS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상계5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상계5구역은 상계 뉴타운 6구역 가운데 유일하게 평지에 길게 자리잡은 곳이다. 해당 사업은 최대 37층, 21개동, 20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7천억 원이다.

컨소시엄 지분율이 6대4인 만큼 롯데건설은 이번 수주로 약 4200억 원 가량의 수주 잔고를 쌓았다. 지난 1월 수주한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재개발 사업(공사비 약 3500억 원)을 더하면 올해 롯데건설 누적 수주액은 7천억 원 가량이다.

롯데건설은 이밖에도 여러 대형 사업지에서 컨소시엄을 통한 수주 소식을 앞두고 있다. 가시권에 들어온 곳은 부산 연산5구역와 수원 구운1구역이다.

연산5구역 재건축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2220번지 일원에 최대 45층, 2995세대 규모를 짓는 공사다. 부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며 공사비는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은 연산5구역에서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맺고 시공권에 도전했다. 조합은 23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과거 2회 입찰에서 단독참여한 롯데‧현대 컨소시엄이 유력하다.

롯데‧현대 컨소시엄은 구운1구역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유력하다. 구운1구역은 구운삼환아파트를 최대 35층, 21개동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지로 조합은 29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결정한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으로 도시정비 순항, 박현철 재무 안정과 실적 증가 다 잡나

▲ 롯데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상계5구역 재개발정비사업 투시도. <롯데건설>


재건축 조합은 통상 여러 건설사가 시공을 맡는 컨소시엄을 선호하지 않으며 입찰 단계부터 컨소시엄 참여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 단지별로 품질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하자보수 책임소재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어서다.

건설사도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컨소시엄 형태가 수익성에서는 좋지 않다. 

하지만 공사비가 최근 급등한 만큼 사업 추진에 따른 위험을 나눌 수 있어 안정적 방식으로 여겨지며 대규모 사업지일수록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는 경향은 더 크다. 

특히 지방같이 대형 건설사도 미분양 위험을 짊어져야 하는 곳에서는 컨소시엄 형태가 도시정비 실적을 쌓고 안정적으로 수익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건설은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 취임 이래 재무구조 안정에 크게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컨소시엄을 통한 수주 성과 확대가 앞으로 도시정비 시장에서 기지개를 펴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2022년 기준금리 급등기를 맞이하기 전까지만 해도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실적을 크게 키웠지만 같은해 9월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진 뒤 유동성 위기를 직면했다. 

자금시장은 얼어붙었고 롯데건설도 직격탄을 맞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재를 들여 직접 롯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롯데건설은 그 결과 도시정비 시장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2023년에는 단 두 건만을 따니며 신규 수주로 5173억 원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1조9571억 원어치를 수주해 2023년의 후퇴를 회복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다만 아직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22년(4조2620억 원)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박현철 대표는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건설에 ‘구원투수’로 파견된 롯데그룹의 대표 재무 전문가다.

박 대표는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14년가량을 건설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롯데 정책본부에서도 건설과 화학 분야를 담당한 만큼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 시절 롯데그룹 숙원사업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뒤 2019년부터는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롯데건설은 현재 재무 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 서초 본사 사옥을 포함한 부동산과 유휴자산, 사업토지, 민간임대리츠 지분 등 보유 자산 매각과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이 2026년에는 15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건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65%까지 뛰었다가 지난해 9월말 기준 217%까지 떨어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2022년 이후 재무 안정성 강화와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펼쳐 재무 구조를 개선해 왔다”며 “자산매각을 포함해 재무 효율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