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눈덩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중대 갈림길, '분사 실익' 전문가에 물어보니

▲ 조 단위 적자가 이어지며 갈수록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서둘러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반면 다른 일각에선 국가 차원 지원으로 파운드리 사업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지난해 4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더 늦기 전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속히 분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다른 일각에선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시기는 이미 늦었고, 정부 지원과 함께 삼성전자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글로벌 매출 점유율은 8.1%까지 떨어졌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대만 TSMC(67.1%)와 격차는 5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21년 18%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9%대로 10%를 밑돌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점유율을 빠르게 잃은 것은 3나노 첨단공정 기술에서 수율(정품 비중)을 끌어올리지 못한 데 비해 TSMC는 3나노 기술 안정화로 대형 고객사를 대부분 가져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를 건너뛰고 2나노 기술 개발과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역시 TSMC가 앞서가고 있어 시장 점유율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3년 약 2조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엔 배에 달하는 4조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는 올해도 약 3조 원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신입 공개 채용에서도 메모리사업부 인력만 뽑고, 파운드리 인력은 뽑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은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가지 선택지 밖에 없다”며 “분사해서 살아날 가능성을 만들든지, 분사하지 않고 끓는 물 개구리 신세가 되든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적자 '눈덩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중대 갈림길, '분사 실익' 전문가에 물어보니

▲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박 교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수주가 어려운 것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다른 반도체나 전자 기업들이 기술 정보유출을 우려해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 어렵다는 근본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도면을 고객사에서 받아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사업인데, 막대한 투자를 통해 개발한 반도체 설계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부나 시스템LSI 사업부로 흘러들어갈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라며 “파운드리 사업부가 이재용 회장이 컨트롤하지 않는 독립 기업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기회가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가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 측에도 전달했지만, 분사의 ‘윈도’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며 “이번 분사 기회는 인텔이 TSMC의 지원을 받아 수주를 하게 되는 순간 닫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TSMC에 인텔 파운드리에 지분 투자, 기술 이전 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인텔이 TSMC 지원으로 수주가 늘어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더 이상 추격의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상무를 지낸 양향자 전 국회의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분사가 아닌 정부 지원과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자 '눈덩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중대 갈림길, '분사 실익' 전문가에 물어보니

▲ 삼성전자 DS부문 상무를 지낸 양향자 전 국회의원. <양향자 의원실>


양 전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국내 유일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파운드리는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산업으로 삼성전자가 이 사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은 큰 명제”라고 주장했다.

파운드리 산업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과 함께 국가 핵심 산업이 됐으며, AI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효율은 첨단 파운드리 기술 공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하면 다른 메모리반도체 기업과 다를 게 없다”며 “삼성전자는 다른 반도체 기업과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는 기업”이라고 했다.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고민할 시점도 지났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도 메모리반도체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미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고민할 시기는 지났으며, 분사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정부 지원과 관련해서도 박 교수와 양 전 의원의 입장은 갈렸다.

박 교수는 정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입장인 반면, 양 전 의원은 파운드리 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가 차원의 지원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국가가 개별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게 된다면 미국 수출에 (상계)관세가 붙게 될 것”이라며 “분사하면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지, 보조금 줘서 살아날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양 전 의원은 “파운드리 산업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는데, 국가 지원은 부족하다”며 “반도체 연구직 주 52시간 예외 법안 통과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