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미래에셋 오너와 전문경영인 사이, 박현주가 그리는 미래의 지배구조는](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3/20250304154750_136709.jpg)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23년 12월11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에서 열린 한국경제인협회 '갓생한끼(한국판 버핏과의 점심)'행사에 참석해 젊은이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실제로 박 회장은 2018년 미래에셋증권의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국내 사업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났다.
물론 미래에셋의 경영체제가 완전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은 아니다. 국내 사업 경영을 전문경영인의 재량에 맡겨두기는 했으나 아직도 인사, 해외 사업 등 핵심적인 부분은 박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은퇴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완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박 회장은 실제로 회장이라는 자리를 놓고 전문경영인 부회장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최근 미래에셋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 회장이 그리는 미래에셋의 미래가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 경영 체제 가운데 어느 쪽에 있는지와 관련해 상반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 전문경영인 경쟁체계 만든 박현주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고문이 내려놓은 미래에셋증권 회장 자리는 미래에셋 전문경영인들의 목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박현주 회장 역시 최 고문을 물러나게 한 뒤 “역동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 세대교체를 통해 미래에셋의 '의자'는 누구나 앉을 수 있다”라며 미래에셋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최현만과 같은 샐러리맨 신화를 이룰 수 있다고 동기 부여에 나섰다.
결국 회장 자리를 일종의 전리품으로 걸어놓고 전문경영인들의 경쟁을 부추겨 미래에셋그룹 자체의 혁신동력을 높이는 것이 박 회장의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정이 많은 편에 속하다고 스스로 정의하는데 최 고문에게 후한 퇴직 위로금을 안긴 것에도 ‘전문경영인들의 동기 유발’이라는 박 회장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회장의 가족기업인 미래에셋컨설팅은 최 고문이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회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 29만5055주를 주당 15만2345원에 취득했다. 이에 따라 최 고문은 449억5천만 원이라는 이득을 얻게 됐다.
일반적으로 비상장회사의 주식은 상장을 진행하지 않는 이상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 박현주 오너십과 전문경영인 체제 한계
박 회장의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장악력은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한 장면에서 이러한 측면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회장은 최근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지나치게 끼어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테슬라는 중국 BYD, 지리자동차 등으로부터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며 “언제든 작은 계기로도 폭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박 회장의 인터뷰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실제로 테슬라를 담보대출이 가능했던 A군에서 신규 융자 및 만기 연장이 제한되는 F군으로 한 번에 내렸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테슬라 주식의 담보대출을 막은 것은 2025년 2월28일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뿐이다.
최 회장을 물러나게 할 만큼 박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 아래 미래에셋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맞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박 회장은 친족의 경영 승계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의 과도한 대리인 비용 문제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구체적인 방법도 공개했는데 전문경영인이 연령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하는 임원정년제였다.
다만 2025년 기준으로 현재 미래에셋그룹에 임원 정년제는 도입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인 최 고문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으나 이는 전문경영인을 물러나게 하는 ‘시스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너인 박 회장의 ‘세대교체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회장의 리더십 아래 전문경영인을 통한 계열사 경영이라는 미래에셋그룹의 시스템 자체는 현재 높은 실적을 거두며 잘 돌아가고 있다.
다만 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전문경영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한 오너십이 없는 상황에서도 미래에셋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미래에셋그룹 오너 일가가 2024년 지분 이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박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냔 이야기가 나온다.
2024년 1월 박 회장의 여동생 박정선씨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심사역에게 미래에셋컨설팅 보통주 2만5884주를 무상으로 증여했다.
이를 두고 박 심사역이 미래에셋컨설팅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사실상 승계 구도를 확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박 심사역이 해당 주식을 받는 것을 포기하면서 실제 지분 확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뒤로 박정선씨와 박 회장의 조카 송성원씨, 송하경씨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3만9508주 가운데 3만8748주를 미래에셋희망재단에 출연했다. 박정선씨는 2024년 12월에도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생명 보통주 전부(1만9278주)를 장내매도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 방계의 지분율은 크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박현주 오너 일가 직계의 미래에셋그룹 지배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는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가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박 회장이 48.63%(37만7747주)로 가장 많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 심사역이 그 뒤를 이은 11.52%(8만9508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박 회장의 배우자 김미경씨가 7만9531주(10.24%), 딸 박하민씨와 박은민씨가 각각 6만3624주(8.19%)를 갖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분 36.92%를 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주주는 박 회장으로 전체 지분의 60.19%를 들고 있다. 오너 일가 가운데서는 김미경씨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통주 36만9667주(2.72%)를 보유했다.
이어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분 34.32%를 보유한 박 회장과 지분 29.53%를 확보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오너 일가 가운데 박 회장을 제외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주주는 전체 발행 보통주의 31.23%를 확보한 미래에셋캐피탈이다. 미래에셋증권(지분율 22.01%)은 미래에셋생명보험의 최대주주다.
다만 박 회장 오너 일가 직계의 미래에셋그룹 지배력 강화가 곧 박준범 심사역의 승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 심사역은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펀드 운용과 포트폴리오 사후관리 등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심사역이 현장에서 실제 투자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영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업계의 시각도 있다.
박 회장 또한 2021년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경영자 대상을 받으면서 “자녀들은 대주주 자격으로 회사 이사회에만 참여시켜 전문경영인과 함께 중요한 경영사항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로 지분 승계는 하되 2세 경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