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설비투자 줄이고 임원 보수한도 삭감, '긴축 경영'으로 보릿고개 넘는다

▲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이 2025년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고, 임원 보수한도를 삭감하며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 SK, 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설비투자를 줄이고, 임원 보수한도를 삭감하는 등 ‘긴축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임원들이 사용하는 경비도 대폭 축소하며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5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삼성·SK·LG의 주요 계열사들이 이사 보수 한도를 삭감하는 건을 의안으로 올렸다.

삼성전자는 임원 보수 한도를 기존 430억 원에서 360억 원으로, 삼성전기는 7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삼성SDI는 12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이사 보수 한도를 12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SK하이닉스도 보수 한도를 20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25% 줄였다.

LG그룹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으로 이사 보수 상한선을 내리며, 지난해 대비 20억 원 줄인 60억 원으로 설정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와 경기침체 지속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안정적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 역시 이사 보수 한도를 삭감하는 등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임원들이 사용하는 경비도 줄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해부터 임원들이 출장을 할 때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부사장 이상에게 차량과 함께 지원되던 운전기사도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SK는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골프회원권을 대거 회수해 매각작업을 진행했고, 임원들의 법인카드 사용 한도를 50~70% 가량 축소했다. SK하이닉스도 임원 복리후생비와 활동비를 각각 50%, 30%씩 줄였다.

LG화학은 임원 연봉을 동결하고, 연간 수백만 원을 지급하던 체력단련비를 폐지하는 등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삼성·SK·LG 설비투자 줄이고 임원 보수한도 삭감, '긴축 경영'으로 보릿고개 넘는다

▲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올해 더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기업들은 올해 투자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확보와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출 수는 없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과 높은 원/달러 환율 등 변화한 수출 환경을 고려하면 현금 확보를 통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는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4년 설비투자에만 53조6천억 원을 집행했다.

SK하이닉스도 설비 확장보다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선단 공정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월23일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는 고객과 협의된 HBM 물량 공급과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 인프라 확보를 중심으로 작년 대비 다소 증가할 것”이라며 “기술 전환 위주의 투자를 통해 투자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3사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줄인다.

지난해 7500억 원을 설비투자에 집행했던 SK온은 올해 투자 규모를 3500억 원으로 50% 이상 감축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 대비 20~30%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대비 설비투자 규모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설비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규모 기업에서 2025년 긴축 경영을 하겠다는 응답이 61%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00인 미만 기업에서는 긴축 경영 응답이 45.7%였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가 작년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영자를 찾기가 어렵다”며 “인건비 부담과 함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수출 위주의 대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